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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시중은행 대규모 채용의 '서글픈 이면'


입력 2018.05.15 06:00 수정 2018.07.03 08:33        이나영 기자

4대 은행, 하반기 2300명 채용…‘세대 간 빅딜’ 시사

“중·장년층 실업 문제 도외시…특단의 대책 마련 절실”

시중은행들이 채용비리 검사가 일단락되고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장려하고 나서자 신규 채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데일리안 시중은행들이 채용비리 검사가 일단락되고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장려하고 나서자 신규 채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데일리안

“비대면 채널 확대로 점포와 인력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청년 채용을 위해 '세대 간 빅딜'을 강조하고 있는 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죠.”

시중은행의 한 임원에게 올 하반기 역대급 신규 채용 규모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가 일단락되고 금융당국이 희망퇴직을 장려하고 나서는 터라 그의 한마디가 사뭇 의미심장에게 다가왔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만 올해 2300명이 넘는 채용 계획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보다 4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300여명 규모의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내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45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상반기에 200명을 뽑은 우리은행도 하반기에 550명을 더 뽑고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500명, 25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희망퇴직을 통해 관리자급 이상 직원을 내보내고 신입 채용을 확대해 젊은 행원을 늘리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비용 인력들을 감축시킨 만큼 신규 채용에 나서면서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부응하겠다는 얘기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실업에 가려 중·장년실업 문제는 도외시하는 격”이라며 “고참 직원을 내보내고 젊은 직원을 뽑겠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퇴직금을 더 받기 위해 남아 있는 게 아닌데 마치 그런 식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세대 간 갈등과 사회적 불안만 더욱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는 각각 700명과 400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고 KEB하나은행도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아 207명이 퇴직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7월 1011명을 내보낸 데 이어 올 4월에도 지점장·부지점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에 희망퇴직 확산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면서 희망퇴직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고 하는 금융당국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원들의 신규 채용은 물론 퇴직까지 정부가 개입해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 특히 현재 희망퇴직을 하면 1인당 3억~4억원 이상을 챙겨나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다 퇴직금과 위로금을 더 얹게 되면 비판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또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점포가 줄어들면서 신규 인력을 많이 뽑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내년 7월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인력운용 전반에 대해 시중은행과 금융당국이 합심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세대별로 일자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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