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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무너뜨린 사법부, 진경준 뇌물 아니면 뭔가


입력 2018.05.13 08:32 수정 2018.05.13 09:21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대통령과 의원에 적용한 '포괄적 뇌물' 판검사엔 불가?

왜 사법개혁이 적폐청산 1순위로 꼽히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지난 2016년 7월 당시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특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016년 7월 당시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특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에게서 받은 ‘공짜 주식’에 대한 '무죄판결'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국민 일반의 정의'와는 거리가 먼 '법정의 그들만의 정의'는 국민에게 허탈감은 물론 사법부에 대한 거대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하급심은 상급심의 파기환송 취지에 기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대법원 판결 요지를 살펴보자.

"장래 행사할 직무 내용이 뇌물과 관련된 것임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직무권한을 행사할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넥슨 주식 취득대금 제공 및 이후 이를 넥슨재팬 주식으로 바꿔 100억원대 차익을 누린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판결 대상이다. 한마디로 '보험성 뇌물'은 인정할 수 없으며, 공소시효도 포괄일죄로 볼 것이 아니라 금전을 수령한 건마다 별도로 기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인인 필자로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다.

먼저 '공짜 주식'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여부에 대해 살펴보자.

대법원은 그동안 '포괄적 뇌물' 개념을 통해 구체적인 집행행위와 대가관계가 없어도 직무권한의 행사와 전체적, 포괄적으로 관련이 있는 경우 폭넓게 뇌물죄를 인정해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광범위한 직무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의 금품수수를 엄벌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결이었다.

이처럼 다른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미래 보험성' 뇌물공여는 엄벌하면서 유독 판검사에 대해서만 구체적 사건이 계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리 거액을 받아도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김 대표와 진 검사장이 아무리 30년 지기의 '지음(知音)' 사이라도 진 검사장이 소위 '잘 나가는 검사'가 아니었다면 과연 공짜 주식을 주었겠는가? 무엇보다 이익이 오갈 당시 김 대표나 넥슨은 비록 사안이 경미했다지만 수사를 받고 있지 않았는가?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다. 결국 필자는 이번 판결은 법조인이 유독 법조인에게 관대한 '제식구 감싸기' 판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공소시효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진 검사장은 공짜 주식외에 2008년부터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해 19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얻고, 2009년 차량 인수자금으로 3000만원을 받았으며, 수차례 공짜 가족 여행도 했다. 모두 미래 보험성으로 김 대표가 제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다양한 뇌물 수수는 당연히 하나의 '포괄일죄'로 보아 최종 뇌물을 수수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기산되어야 한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다. 그럼에도 유독 대법원은 본 사건에 대해서만 공짜 주식 대금 수수 이후의 수많은 금품수수를 고려 않고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는 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건의 경우 진 검사장은 130여 억원의 거액을 수수하고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그 이익도 고스란히 챙기게 되었다. 법리를 떠나 과연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일인가?

그리고 앞으로 판검사들은 구체적인 사건만 계류되어 있지 않으면 수백억원을 받아도 고작 최고 형량이 '3년 이하'인 '김영란법'외에 뇌물죄로는 처벌되지 않는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법리를 떠나 이것이 과연 다른 고위 공무원들과 형평에 맞는 일인가?

“우리 사회에서 검사가 힘이 있다. 사건이 있을 때 알아봐줄 수 있기 때문에 진 전 검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김 대표의 법정 진술인데, 우리 국민 누구나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 아니겠는가?

'힘이 있는 친구'에게만 주는 돈은 결코 선의의 조건 없는 선물이 아니라 언제가는 도움을 받기 위한 대가성 있는 뇌물이다. 사법질서는 적정하고 공정한 재판권과 검찰권 행사에 의해 좌우되며, 판검사의 지위에는 다른 어떤 공무원보다 고도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절대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판검사들의 '청렴성'이 생명이다. 법원과 검찰은 왜 항상 사법개혁이 적폐청산의 1순위로 꼽히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법률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상식이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나 상식과 달라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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