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문재인정부 1년] 최저임금·근로시간 압박에 피멍든 재계, 공정위 철퇴까지


입력 2018.05.09 06:00 수정 2018.05.09 10:23        박영국·이홍석 기자

최저임금 오르고 근로시간 줄어 인건비 부담 가중

검찰 전방위 수사에 공정위 압박 '사면초가'

주요 대기업 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종로 SK서린빌딩.ⓒ각 사 주요 대기업 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종로 SK서린빌딩.ⓒ각 사

최저임금 오르고 근로시간 줄어 인건비 부담 가중
검찰 전방위 수사에 공정위 압박 '사면초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기업들은 수많은 악재에 시달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부터 시작됐던 검찰의 전방위적 기업수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관련 사안까지 잇따르며 인건비 부담 가중과 생산성 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과 일감몰아주기 규제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은 경영활동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재계와 산업계가 맞이한 최대 악재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약 이행의 첫 단계로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 사업장은 존폐 여부를 걱정하게 됐고, 대기업들조차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산정 범위의 협소함으로 인해 연봉 4000만원 이상의 고연봉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부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인해 인력 규모를 줄이는 등 고용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이 잇달아 대기업들을 방문했고 해당 기업들은 협력사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압박으로 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 문제까지 대기업들이 떠안게 된 모양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최소 2년간 최저임금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인상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가 계속해서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파악한 뒤 그걸 바탕으로 내년 이후 인상에서는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기업들에게 숨을 쉴 시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올해 300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3단계로 시행한다지만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포함된다.

가장 우려가 컸던 휴일근무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것으로 절충됐지만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민간 기업으로 확대’와 ‘특례업종 축소 조정’ 등은 원안대로 유지돼 기업들의 부담 가중 및 생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주휴일을 유급으로 하고 있고, 휴일근로 50%의 가산할증률은 세계최고 수준임에도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부여한다면 그 부담은 영세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단협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이미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 영세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영세기업은 인력난 속에서 생산납기를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휴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세기업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 역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강성노조를 두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생산물량 보전 방안을 마련하자는 사측과 근로시간을 줄여도 기존 임금수준(야근, 특근비를 포함한)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는 노조가 맞서며 임금·단체협약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지난해 기업들을 떨게 했던 검찰의 전방위 수사도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가까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며 경영공백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고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며 경영공백은 물론 경영권 분쟁 사태까지 겪고 있다.

올해는 검찰의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향하며 또다시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 삼성전자는 다스(DAS)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엮여 또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고, 롯데그룹 역시 제2롯데월드 건립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다시 한 번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을 빚은 도곡동 땅을 사들인 포스코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7년 11월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7년 11월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년간 재벌개혁을 내세우며 대기업그룹들에게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도록 압박해 왔다. 일부 대기업그룹은 그 와중에 엘리엇 같은 외국계 펀드의 공격에 노출되는 등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또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돼 온 일감몰아주기도 규제대상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오너일가 지분율 20%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으로,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에게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은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은 시간이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접어두고 투자와 고용확대 등 아쉬운 것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을 개혁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정책기조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지만 돌아온 것은 지배구조 개선 압박, 법인세 인상, 고용환경 악화 뿐이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보다 가만 내버려두길 바라는 목소리가 더 클 정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규제 철폐를 통한 기업 환경 개선보다는 기업들의 개혁 압박에초점을 맞추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분명히 감지된다”며 “기업들에게 개혁을 요구하더라도 기업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