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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뺀 '민주주의' 교과서, 문재인 정부의 속셈은...


입력 2018.05.04 06:45 수정 2018.05.04 07:1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자유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와의 구별점

포괄적 개념이어야한다면 파시즘도 민주주의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으로 2016년을 뜨겁게 했던 역사교과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으로 2016년을 뜨겁게 했던 역사교과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정권과 좌파 세력이 오만과 독선으로 '체제 교체', 더 나아가 '역사 교체'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 국민의 민심은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뒤집는 '(촛불)혁명'이 아니라 기존 헌정질서 내에서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개혁'이었다. 즉 대선 당시 국민의 민심은 혁명을 통한 '체제 교체'가 아니라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건국절 논쟁이나 제주 4·3 사건의 성격 규명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끊임없이 역사를 임의로 재단하고 왜곡해왔다. 그리고 개헌안 논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 시안은 '체제 부정'과 '역사 왜곡'의 절정판이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지고,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뀐 것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개헌안과 마찬가지로 국가 체제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에서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로 수정한 것이다. 평가원의 설명은 '민주주의'가 좀 더 포괄적이고 헌법정신에 맞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보다 좀 더 포괄적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헌법정신에 더 맞는다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다수의 지배'를 의미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속에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헌법제정권력자인 우리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우리 국가 체제의 근본규범으로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ᆢ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ᆢ'

우리 헌법 전문이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우리 헌법 제4조의 규정이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단순한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규범적 구속력을 가지는 '전문'과 '통일조항'에서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헌법정신에 더 부합하는가? 그렇다면 현정권과 좌파 세력들은 왜 이렇게 '자유주의'를 부정하는데 집착하는가?

역사적으로 오랜 연원이 있다.

'자유민주주의'란 개념은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하였는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는 계속 논쟁이 있어왔다. '자유주의'의 이념은 고도로 개인주의적이고 개인과 정부와의 관계에서 정부의 힘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반면 '민주주의'는 다수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원리로서 집단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부르흐에 따르면, 자유주의 사상의 출발점은 전(前)국가적 자유의 보장인데 반하여 민주주의는 개인의 전국가적 자유를 다수자의 처분에 위임하고, 개인은 단지 다수 의사의 형성에 관여할 가능성만을 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파시즘, 나치즘, 스탈리니즘, 마오이즘 등 소위 '자유롭지 않은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들도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한 개념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된다고 한다.

이점에서 북한이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란 국호를 사용하는 것도 현정권이 북한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는 한 개념상으로는 맞는 것이다.

현정권과 좌파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떠한 민주주의인가?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아도 국민 다수의 지배만 이뤄지면 충분한가? 삼권분립이나 사법권 독립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아도 국민 다수의 지배만 이뤄지면 충분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와 자유 및 평등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결정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통치질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란 표현을 헌법에 7번이나 규정하고 있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이다. 이처럼 우리 헌법의 모태가 된 독일 헌법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적인 국가 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현정권은 더 이상 마치 '자유민주주의'나 '민주주의'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여 무리하게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만약 '자유민주주의'나 '민주주의'가 큰 차이가 없다면 그렇게 집요하게 체제를 바꾸려고 시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

미국 워싱턴에 세워진 6·25전쟁 기념비에 새겨져 있는 경구다. 자유는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을 딛고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정권과 좌파 세력은 결코 헌법과 역사에서 '자유'를 말살해서는 안 된다. 역사와 체제는 결코 권력이 관여하거나 임의로 재단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은 역사를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하며, 역사와 권력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

현정권은 더 이상 호국영령들의 피로써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해선 안 된다. 또한 더 이상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자랑스러운 우리 '정통 주체세력'을 폄하하고 낮춰서도 안 된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국가나 역사는 '주체세력'과 '비판세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발전해왔다.

우리의 경우 바로 '산업화 세력(보수)'과 '민주화 세력(진보)'의 두 날개다. 두 세력이 균형을 이루거나 아니면 최소한 주체세력이 굳건할 때 역사는 반보라도 전진했고, 비판세력만 득세할 때는 천하무도(天下無道)의 난세였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진리를 깨닫고 실천할 때 비로소 현재의 난세를 극복할 수 있다.

현정권은 진보와 보수의 역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보다 '역사의식이 분열'된 민족의 미래가 더 암울했다는 것이 동서와 고금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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