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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핵화 명문화’…북미 ‘구체적 이행방안’ 이어갈까


입력 2018.05.01 00:00 수정 2018.05.01 06:15        박진여 기자

완전한 비핵화 전기 마련, 이행 가능성 ‘의문’

협상파기 20년 北…보상패턴 경계·검증 관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환송행사를 마친 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송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환송행사를 마친 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송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완전한 비핵화 전기 마련, 이행 가능성 ‘의문’
협상파기 20년 北…보상패턴 경계·검증 관건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하고 그 과정을 전 세계에 공개하기로 했다. 북한이 한·미 연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프로세스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긍정론과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맞선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계기 전격적인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전기는 마련된 셈이다. 다만, 과거 북한의 핵 협상 파기의 역사로 미뤄 이번에는 말보다 행동을 먼저 확인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부터 전향적인 비핵화 입장을 확인하고 있지만, 문제는 실제 이행 여부다. 현재까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내용과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실험장, 즉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지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두 정상 간 의지를 확인한 선언적 문구 외 구체적 이행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자발적 핵실험 중단 선언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핵폐기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 시한과 이행 계획, 핵폐기 검증·사찰 등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미 6번의 핵실험과 수십차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을 입증한 북한이 더이상 핵·미사일 실험을 할 필요가 없어져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한미가 목표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해 숨겨진 시설을 포함한 완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북한의 지난 20년간 핵협상 파기 전례에 따른 우려다. 북한은 그동안 크고 작은 수십차례의 핵협상에 나섰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과거 △북미 제네바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굵직한 핵협상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해왔다.

북한은 협상에서 핵 동결과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보상 조건을 내세운 뒤, 이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해왔다.(자료사진) ⓒ노동신문 화면 캡처 북한은 협상에서 핵 동결과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보상 조건을 내세운 뒤, 이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해왔다.(자료사진) ⓒ노동신문 화면 캡처

특히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로 하자 북한이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실시한 이벤트다. 하지만 이듬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으로 기만전술임이 드러났다.

북한은 이처럼 협상에서 핵 동결과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보상 조건을 내세운 뒤, 이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해왔다.

북한은 그동안 크고 작은 수십차례의 핵협상에 나섰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북한은 그동안 크고 작은 수십차례의 핵협상에 나섰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이를 두고 북한의 숨겨진 핵시설을 포함한 핵물질·핵폭탄 폐기, 원자로 사찰 정례감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선(先) 핵 폐기 후(後) 관계 정상화' 방식인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있어 리비아식 해법을 기본으로 하되, 북한 핵 규모 등을 고려한 또다른 접근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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