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존중으로 귀결된 벵거와 무리뉴, 그리고 퍼거슨


입력 2018.04.30 07:15 수정 2018.04.30 07:1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아스날, 맨유 원정에서 1-2로 패해

벵거의 마지막 올드 트래포드 방문

훈훈한 마무리를 한 벵거와 무리뉴, 그리고 퍼거슨. ⓒ 게티이미지 훈훈한 마무리를 한 벵거와 무리뉴, 그리고 퍼거슨. ⓒ 게티이미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아스날에서 물러나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마지막으로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다.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30일(한국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원정경기서 1-2 패했다.

경기보다 관심을 끈 장면은 역시나 벵거 감독이었다.

벵거 감독은 지난 22년간 아스날을 맡았고, 맨유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프리미어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다. 두 팀은 벵거가 지휘봉을 잡은 내내 엎치락뒤치락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축구팬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그러나 벵거의 마지막에 맨유 팬들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적 명장의 마지막 방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 벵거 감독이 올드 트래포드에 입장하자 맨유 홈팬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열정을 북돋아준 라이벌리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벵거 감독 역시 이에 화답하듯 박수를 치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를 맞아준 이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었다. 첼시 시절부터 견원지간이었던 두 사령탑은 독설을 주고받았고, 심지어 경기 중에는 서로를 밀치는 몸싸움까지 벌여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벵거와 무리뉴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던 사이였다. ⓒ 게티이미지 벵거와 무리뉴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던 사이였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무리뉴는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벵거와 악수를 나눴고, 그를 그라운드로 안내하며 선뜻 주인공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벵거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는 놀랍게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었다.

퍼거슨과 벵거야 말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다. 2000년대 두 감독은 리그를 양분했고, 맨유와 아스날은 첼시가 등장하기 전 최고의 더비전을 벌이기도 했다.

독설만 주고받았던 두 노장은 마지막에 가서야 환한 미소로 포옹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은 벵거 감독을 위해 트로피 모양의 선물을 준비했고, 올드 트래포드 팬들의 박수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벵거는 마지막에도 웃지 못했다. 맨유는 1-1로 비긴 경기 종료 직전, 마루앙 펠라이니의 극적인 헤딩골로 승리를 확정했고, 벵거는 퇴단 발표 후 1무 1패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