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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올빼미와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


입력 2018.04.29 06:15 수정 2018.04.29 16: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숱한 남북간 협상과 선명과 선언을 깬 것은 북 정권

북핵은 국가의 존립과 5000만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대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환송행사를 마친 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송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환송행사를 마친 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송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의 정상이 70년 분단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 공존의 새 시대를 여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지구의 하나 밖에 없는 분단국가이자 냉전 잔재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사실상 정전체제가 끝나고 평화체제로 들어가는 첫발을 뗐다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 선언으로 과연 격랑의 한반도에 얼음이 풀리고 평화의 꽃봉오리가 부풀 것인가? 위 선언으로 과연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으로 바뀔 것인가? 과연 위 선언으로 한반도에 갈등과 반목의 역사가 끝나고 평화와 화해의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인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 나래를 편다.”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한 말이다. 세상의 일들은 인간의 짧은 식견으로 결과를 미리 알 수 없고, 그 일이 맞고 틀리냐는 뚜껑을 덮고 나서야 판가름이 난다는 뜻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보다 훨씬 천학비재(淺學菲才)의 필자가 위 선언의 운명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능력은 당연히 없다. 다만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볼 때 기우일 수 있지만 필자는 앞으로 한반도에는 밝은 햇살보다 짙은 먹구름이 몰려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한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플래시 포인트(Flash Point)', 아직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작은 불꽃만 갖다 대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부터 이번 '판문점 선언'까지 수차례에 걸쳐 비핵화를 공언하고 약속했다. 심지어 10년 전에는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까지 폭파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북한은 그동안 핵·미사일 도발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킨 후 실험 중단을 조건으로 중유·쌀·비료 등을 받아갔으며, 회담에 임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파국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이 전술에 속아 넘어가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거쳐 핵탄두 수십 개를 만들 수 있게 됐고, ICBM 보유 코앞까지 왔다.

그런데 이번 선언은 이전 선언들보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구체성은 낮고, 의지는 약하다. 오로지 비핵화를 위한 회담에서 추상적인 목표 외에 어떠한 구체적인 실행 조치나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오로지 북핵 폐기를 위한 회담에서 비핵화가 마치 마지못한 장식용처럼 맨 마지막 항에 단 3문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말이 되는가? 깨어 있는 국민이라면 '양치기 소년' 우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속임수에 두 번, 세 번 속지는 않아야 한다.

여러번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왜 북한에 대해서만 무조건적 신뢰를 보내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백번을 양보해 가사 이번 선언이 북한의 진심이 담긴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위 선언 자체가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종이 위에 쓰여진 협정만으로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서와 고금의 역사를 통해 입증된 진리다. 종이 위에 쓰여진 평화협정은 언제든지 휴지로 변할 수 있다.

평화협정 중 가장 강력한 형태가 ‘불가침조약’인데 역사는 불가침조약을 맺은 나라들이 전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오히려 더 높다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결국 평화는 평화협정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억지할 만한 강력한 힘과 그 힘을 실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지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영원한 적과 동지도 없고 영원한 국가이익만이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다.

'상토주무(桑土綢繆)'

올빼미는 비바람이 불기 전에 질긴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구멍을 막는다. 한마디로 준비 없는 평화는 위험하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혹시나 군축으로 징병제가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입영을 미루려는 젊은이가 속출하는 한 결코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는다.

벌써부터 '튼튼한 안보', '굳건한 한미동맹'보다 '어떤 전쟁도 반대', '우리 민족끼리'만을 외치는 세력이 득세해서는 결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우리는 폭풍이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로 느슨해진 안보의지를 동여매야 한다.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적의 나라, '인빈서블 코리아(Invincible Korea)'로 만들어야 한다. 안보와 같은 생존의 문제는 결코 국제사회의 선의나 종이 위의 협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북핵은 국가의 존립과 5000만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대사다. 전쟁을 잘 준비한 나라, 전쟁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 나라만이 ‘진정한 평화'를 누렸음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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