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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시중은행 워라밸 열풍?…현실은 '그림의 떡'


입력 2018.04.30 06:00 수정 2018.07.03 08:34        이나영 기자

유연근무제, PC오프제·정시퇴근 등 다양한 제도 운영

“야근 승인 반려에 시간 외 수당 지급도 엉망…실효성↓”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바람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바람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워라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먼 나라 이야기에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바람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유연근무제, PC오프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필요한 야근을 방지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가 대표적이다.

해야 할 업무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PC가 꺼지다보니 조기 출근을 하거나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야근을 하고도 업무 기록을 누락하거나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장에게 야근을 허락받고 늦게 퇴근을 했는데 다음날 출근을 해보니 전날 야근 승인이 반려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PC를 켜지 않은 채 오전 일찍 회의나 교육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도 “영업점의 경우 오후 4시 마감 후 6시까지 잔여 업무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아침에 더 일찍 출근을 해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유연근무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메워야 하는 만큼 서로 눈치를 보느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C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직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느라 매달 쓸 수 있는 유연근무제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후 출근인 직원에게 오전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본점과 일선 현장 직원들 모두 진정한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언젠간 나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종별 업무시간과 방식 등에 좀 더 세심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개혁 등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은행권에 워라밸이 싹틀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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