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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에 금융사고 터져도 입 닫는 증권가


입력 2018.04.26 06:00 수정 2018.04.26 08:42        부광우 기자

조현민 갑질, 유령주식 사태 언급 기업 분석 보고서 극소수

매도 리포트 100개 중 2개 그쳐…떨어져 가는 투자자 신뢰

'조현민 갑질' 대한항공에 4건, '유령주식 사태' 삼성증권에 4건. 이는 주기적으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는 국내 39개 증권사들이 최근 재계를 뒤흔든 대기업들의 악재에 대해 내놓은 초라한 리포트 숫자다. 이마저도 본문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채 한 줄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증권사들은 말을 아꼈다.ⓒ게티이미지뱅크 '조현민 갑질' 대한항공에 4건, '유령주식 사태' 삼성증권에 4건. 이는 주기적으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는 국내 39개 증권사들이 최근 재계를 뒤흔든 대기업들의 악재에 대해 내놓은 초라한 리포트 숫자다. 이마저도 본문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채 한 줄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증권사들은 말을 아꼈다.ⓒ게티이미지뱅크

'조현민 갑질' 대한항공에 4건, '유령주식 사태' 삼성증권에 4건.

이는 주기적으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는 국내 39개 증권사들이 최근 재계를 뒤흔든 대기업들의 악재에 대해 내놓은 초라한 리포트 숫자다. 이마저도 본문에서 해당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채 한 줄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증권사들은 말을 아꼈다.

상장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 탓에 매도 의견을 담은 기업 보고서가 여전히 100개 중 2개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증권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점점 떨어져만 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른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전해진 이후 이에 대해 언급하는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와 KTB투자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등 4곳뿐이다.

해당 보고서들도 조 전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평가와 영향은 사실상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짧게만 언급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이번 달 23일에 낸 대한항공 리포트에서는 '단기적으로 대주주 관련 이슈에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 된다'는 문구가 담긴 것이 전부였다.

또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같은 회사에 대한 보고서에서 '거버넌스 리스크를 드러내는 뉴스는 명확하게 부정적이지만 국내 경쟁사 중 독자노선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브랜드 인지도 하락이 쉽지 않은 대형항공사'라고 긍정적인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달 6일 발생했던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리포트를 낸 증권사 역시 케이프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4곳에 그쳤다. 그리고 이들 역시 삼성증권의 금융 사고에 대한 평가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낸 삼성증권 리포트에서 '배당사고 관련 보상금 지급과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고 금융개혁 및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강도 높은 제제가능성 상존한다'면서도 관련 우려는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존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19일에 발간한 증권업종 보고서에서 삼성증권의 배당 관련 금융 사고에 대한 부분은 '지속될 규제 및 법적 리스크나 리테일 관련 명성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배당 사건은 다소 아쉽다'는 정도였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의 경우 9일 리포트에서 '삼성증권 우리사주 대상 배당 전산오류로 매도된 약 500만주는 대차 거래로 처리될 예정으로, 수수료 비용 및 거래차손 등이 발생하지만 단기 이벤트로 판단된다'고만 썼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리포트에서 아예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삼성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만 전했다.

이처럼 증권사 연구원들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장 대기업 앞에서 제대로 기를 펼 수 없는 업무 구조 탓이 크다는 해석이다. 만약 상장 기업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정보접근을 거부하면 향후 해당 연구원은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사실상 증권사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상장사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016년 하나투어 투자설명 담당자가 부정적 리포트를 쓴 모 증권사의 연구원에게 보고서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항의하면서 기업탐방을 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증권사 내부적으로 봐도 연구원들의 자율성은 사실상 제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채 인수업무를 하는 기업금융 부서 등과의 관계 상 관련이 있는 회사에 대해 마음대로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평가 보고서 가운데 특정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매도 리포트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달 말까지 발표된 증권사 기업 보고서 중 투자의견이 매도로 표기된 보고서 비중은 평균 2.0%였다. 매수가 84.8%로 대부분이었고 나머지 13.2%는 중립(보유) 의견을 냈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대형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곳은 이 기간 매도 리포트 비중이 제로였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증권사 보고서에 나온 정보를 그대로 믿고 주식을 사고판 개인 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평가 시 오너와 관련된 사건과 같은 평판 리스크는 정량이 아닌 정성 항목으로 비교적 중요성을 낮게 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이라며 "특히 사회적으로 점점 이런 부분이 회사 가치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평을 꺼리는 증권사들의 모습은 스스로 신뢰도를 깎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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