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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도 티켓예매도, 매크로 사용은 공공연한 비밀


입력 2018.04.26 00:00 수정 2018.04.26 06:02        류현준 기자

반복 업무에 효율적 “내 컴퓨터 설치는 불법 아냐”

드루킹사건으로 공정경쟁 침해 논란…美선 경범죄

반복 업무에 효율적 “내 컴퓨터 설치는 불법 아냐”
드루킹사건으로 공정경쟁 침해 논란…美선 경범죄


누구나 쉽게 다운 및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받기 위해 방문한 인원은 77만명에 달한다. ⓒ매크로사이트 캡처 누구나 쉽게 다운 및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해당 프로그램을 다운받기 위해 방문한 인원은 77만명에 달한다. ⓒ매크로사이트 캡처

‘드루킹 일당’이 여론 조작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학 수강신청과 공연 예매 등과 같은 일상에서도 매크로가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크로는 여러 명령을 단 한 번의 입력으로 묶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반복적인 업무가 필요한 경우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법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경우만 처벌하고 있다.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매크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매크로가 공정경쟁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반복작업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대학 수강신청이나 공연 티켓 구매 등에서 매크로 사용 여부에 따른 차이는 크다.

대학생 신모(25)씨는 “지난 학기 수강신청 당시, 친구가 드랍(이미 신청처리가 된 강좌를 포기하는 행위)한 전공수업을 신청하려 했는데 순식간에 누군가가 채갔다”면서 “바로 ‘이건 매크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이 치열한 시간도 아니었고 친구와 둘만 알고 진행하던 일이 실패할 다른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공정한 수강신청을 진행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학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 소재 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반복적인 클릭에는 자동 로그아웃시키는 등 필요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공개하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보안을 우회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매크로를 활용 수강신청을 시도한 A(26)씨가 해당 대학으로부터 받은 경고문자. ⓒ데일리안 매크로를 활용 수강신청을 시도한 A(26)씨가 해당 대학으로부터 받은 경고문자. ⓒ데일리안

매크로를 사용해 수강신청을 시도했다 적발된 경험이 있는 대학생 A(26)씨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해 내려받을 수 있다. 매크로는 잘만 쓰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매혹적인 프로그램”이라 말했다.

한편 미국에선 매크로를 활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경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11월 28일 미국 뉴욕주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인 ‘티켓 봇(ticket bot)’을 이용해 콘서트 입장권을 예매하는 행위를 경범죄로 분류해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류현준 기자 (argos10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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