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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중단’ 풍계리 쇼냐, 비핵화 첫발이냐…전례보니


입력 2018.04.23 13:04 수정 2018.04.23 14:12        박진여 기자

핵 협상 파기 20년 北…비핵화 보상 패턴 경계

김정은式 영변 냉각탑 폭파쇼? 기대·우려 교차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전격선언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자료사진) ⓒ노동신문 화면 캡처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전격선언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자료사진) ⓒ노동신문 화면 캡처

핵 협상 파기 20년 北…비핵화 보상 패턴 경계
김정은式 영변 냉각탑 폭파쇼? 기대·우려 교차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쇄 정상회담에 앞서 핵동결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긍정론과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맞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됐다"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핵실험과 ICBM 실험발사를 중지하겠다는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핵심 정책으로 채택하며 실험발사 도발을 강행해왔지만 5년 만에 새로운 전략 노선을 발표한 것이다.

남북·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지만, 과거 합의와 파기를 반복한 북한의 핵폐기 역사로 미뤄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0여년 간 크고 작은 수십차례의 핵협상에 나섰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믿을 수 없는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그동안 △북미 제네바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굵직한 핵협상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해왔다.

특히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2008년 6월 북핵 활동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1년도 안 돼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로 하자 북한이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실시한 이벤트다. 하지만 이듬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으로 기만전술임이 드러났다.

북한은 이처럼 협상에서 핵 동결과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보상 조건을 내세운 뒤, 이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해왔다.

북한이 핵실험 중지로 핵동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남북미 핵심 의제인 비핵화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북한이 핵실험 중지로 핵동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남북미 핵심 의제인 비핵화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이에 북한이 김정은 버전의 '비핵화 쇼'를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 중지로 핵동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남북미 핵심 의제인 비핵화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번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를 두고 비핵화 선언이 아닌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은 놀라운 변화로 기대를 모으지만, '핵프로그램 포기'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핵 동결 이상으로 나아갈 것 같지는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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