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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경영한다는 조양호, 위원장은 최측근으로


입력 2018.04.23 11:18 수정 2018.04.23 14:14        이홍석 기자

석태수 사장, 부회장 승진과 함께 신설 준법위원장에 앉혀...진정성 의심

대한항공 직원들, '눈 가리고 아웅', '그 나물에 그 밥' 반발 목소리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석태수 사장, 부회장 승진과 함께 신설 준법위원장에 앉혀...진성성 의심
대한항공 직원들, '눈 가리고 아웅', '그 나물에 그 밥' 반발 목소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너가 전체로 눈덩이처럼 확전된 '조현민 갑잘'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직접 사과문을 통해 '현아-현민' 등 두 딸의 경영퇴진과 함께 전문경영인을 통한 준법경영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최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설되는 준법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직토록 한데다, 오너 일가 전체의 갑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진정성 마저 의심을 사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전날인 22일 사과문을 통해 두 딸의 경영일선 퇴진과 함께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준법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위원장직을 겸직시키자 회사 직원들 사이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 회장이 외부인사를 포함해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 부회장이 위원회를 주관하면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는 것이다.

석 부회장은 지난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장(이사), 경영기획실장(상무), 미주지역 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지난 2013년에는 한진해운 대표이사 사장으로 조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의 마무리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복심인 석 부회장이 과연 준법경영 강화라는 기치에 부합해 적극적인 개선 활동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오너 일가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그대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석 부회장의 보폭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석태수 부회장.ⓒ데일리안 지난 2016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석태수 부회장.ⓒ데일리안
실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산하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앱’을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회의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직원들이 이야기한 전문경영인은 외부인사였지 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아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직원은 블라인드앱에 “외부 경영인이 들어와서 임원 물갈이하고 패밀리는 손 떼는게 답”이라며 “이건 아닙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대해 대한항공 측은 일단 상황을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두 딸의 경영 퇴진과 준법위원회 구성을 발표한 만큼 여론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 계획된 추가 조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조 회장이 오너 일가 전체의 갑질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아 반쪽자리 사과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무 뿐만 아니라 조 회장과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갑질 의혹 제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사치품 구매 후 국내에 밀반입했다는 관세 포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관세청은 지난 주말 오너 일가 자택들과 인천공항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결과, 관세 신고를 하지 않았던 명품 상당수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관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관세를 내지 않은 행위가 조직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밀수에 해당한다”며 “처벌 형량이 높지 않지만 정도에 따라 벌금형을 넘어 징역형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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