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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앞에 앉을 '김정은 대역'은 누구?


입력 2018.04.22 04:47 수정 2018.04.22 04:50        이슬기 기자

김대중 대통령 당시 '김일성 대역'두고 모의회담 진행

靑 "대통령 성격상 안할 것" 효과 고려하면 가능성도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을 치른 역대 정권마다 실전에 대비한 '시뮬레이션'(모의회담)을 해왔다. 1972년 이래 북한과 대화를 해온 우리 정부가 남북회담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특별 제도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의 대역, 이른바 현대판 '카게무샤'를 설정해 대통령과 실전처럼 대화를 주고받은 뒤, 잘한 점과 잘못한 점, 개선방향 등을 일일이 분석하고 평가한다. 대역은 북측 정상이 던질법한 질문부터 다소 곤란한 논쟁거리, 가벼운 농담까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대통령도 시시각각 판단해 대응한다. 모의 회담 장면은 빠짐없이 기록된다.

대표적인 ‘카게무샤’는 김대중 정부 당시 김정일 국무위원장(2011년 사망) 대역을 맡았던 김달술(88) 씨다. 김씨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청와대 집무실에서 진행된 모의 정상회담에서 김 전 대통령을 상대로 김 위원장 역을 수행했다.

실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내 ‘김정일 대역’이라는 보직이 존재했다. 공무원 직제표에 김씨의 직함은 ‘상근위원’ 또는 ‘자문위원’으로 등재됐으나, 그의 업무는 김정일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체화’하는 일이었다.

대역을 동원한 시뮬레이션의 성과는 상당했다. 김씨가 모의회담에서 한·미·일 3국 공조를 문제 삼으며 ‘자주’(自主)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의제가 실제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한미일 3국 공조는 우리를 압살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대통령은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려고 만든 것이 3국 공조”라며 “주변4대국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 김 대통령의 설명 끝에 김 위원장이 “알겠다”며 동의했고, 양 측은 합의에 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靑 “문 대통령 성격상 안 하실 것” 유사한 연습은 진행될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할 ‘김정은 가케무샤’는 누구일까.

청와대는 오는 24일과 26일 두 차례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분과장단 전원이 참여하는 리허설을 진행하고, 이달 27일 열릴 정상회담 전체 일정을 그대로 재연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허설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거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대역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답했다. 그는 "과거에 가케무샤가 있었다"면서도 "문 대통령 성격상 그렇게는 안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치렀던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리허설에서 대역을 쓰지는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어떠한 형태로든 김정은 위원장과의 모의회담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외교·통일 분야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대역' 직제가 있어왔다. 그만큼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모의회담에서 연습했던 내용을 실제 김정일 위원장이 비슷하게 거론했고 효과가 컸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에도 아예 안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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