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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부는 'P2P 보험' 바람…韓 시장 과제는


입력 2018.04.21 06:00 수정 2018.04.21 05:27        부광우 기자

유럽·미국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아이템으로 주목

국내에서는 보험업법 상 한계…"규제 재정립 필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 간(P2P) 보험이 새로운 형태의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픽사베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 간(P2P) 보험이 새로운 형태의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자료사진).ⓒ픽사베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 간(P2P) 보험이 새로운 형태의 상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P2P 보험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P2P 보험은 계약자들이 상호 보장을 하는 형태로, 친구·가족·지인들 중에서 동일한 위험 보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한 후 그룹에 있는 가입자들의 보험사고 실적에 따라 기간 종료 시 보험료를 일부 환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P2P 보험은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주로 보험중개사나 새로 설립된 보험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초기에는 유럽의 보험중개사들이 전통적인 보험의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과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매년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P2P 보험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P2P 보험 전문사가 설립됐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P2P 보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P2P 보험 형태는 계약자 간의 상호 부조와 재보험이 결합된 방식이다. 계약자들이 그룹을 형성한 후 납부한 보험료 중 일부는 내부 적립을 하고 나머지 보험료로 초과손실에 대비해 재보험을 가입하는 식이다.

즉, 그룹 내 피보험자들에게 보험 손해가 발생했을 때 전체 손해가 적립금 총액에 이를 때까지는 적립금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전체 손해가 적립금을 초과할 경우 재보험을 통해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전체 보험금이 내부 적립금에 미치지 못하면 보험기간이 끝나고 남은 적립금을 계약자들이 나눠 갖게 되는데, 전통적인 보험사에 비해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의 쏘슈어(so-sure)와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Friendsurance)는 초기부터 P2P 보험을 판매해오고 있는 회사들이다. 쏘슈어는 지인을 소개해 동일한 보험 네크워크로 초대하면 1명당 최초 보험료의 10%씩을 최대 80%까지 크레딧으로 적립해 준다. 그리고 보험기간이 종료될 까지 해당 네트워크의 보험가입자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적립된 보험료 크레딧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프렌드슈어런스도 쏘슈어와 유사하게 보험기간 동안 본인과 네트워크의 계약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합의된 금액만큼 환급받는 형태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본인과 네트워크 내 계약자들의 보험료 환급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프렌드슈어런스는 자동차보험과 주택보험, 개인배상책임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보험사나 중개사가 개입하지 않고 계약자들이 스스로 서로를 보장해주는 완전한 손실 공유 개념의 P2P 보험도 등장했다. 영국의 팀브렐러(Teambrella)는 블록체인 암호 화폐 체계인 이더리움에 기반 한 P2P 보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팀브렐러가 제공하는 시스템도 지인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성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이전의 P2P 보험과 유사하지만, 보험료를 미리 납입하지 않고 개별 적립금만 보유하고 있다가 보험사고 발생 시 개별 계약자들의 적립금에서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이 다르다. 팀브렐러는 상호보장을 위한 플랫폼만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계약자들이 네트워크만 구성하면 보장 내용에 제한 없이 상호보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쏘슈어와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처럼 보험중개사가 모집·운영하는 P2P 보험은 보험업법 상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험업법에 규정된 보험업은 '보험 상품의 취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보험의 인수, 보험료 수수 및 보험금 지급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하고 보험업을 경영하려는 회사는 보험종목별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보험중개사가 운영하는 P2P 보험에서는 보험금 지급심사 업무에 보험중개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국내법 상 보험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보험중개사가 P2P 보험을 판매하고 운영하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P2P보험은 보험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만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다양한 P2P 보험을 판매·운영하게 되면 상품 운영 측면에서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고, 이로 인해 유연성이 감소하면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P2P 보험의 장점이 퇴색될 수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어테크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보험 산업이 많은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환경에서 P2P 보험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보험 상품의 발전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환경을 전제로 제정된 규제도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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