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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조중훈이 며느리 손녀의 갑질을 본다면...


입력 2018.04.20 08:09 수정 2018.04.20 08: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수송보국 토대 인화경영으로 한진 그룹 만들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엄정한 처벌과 시스템 개혁해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며 국적기 논란까지 불거진 대한항항공 본사에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태극기와 대한항공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며 국적기 논란까지 불거진 대한항항공 본사에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태극기와 대한항공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樹人, 한평생 살면서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

중국 고서 '관자(管子)'에 있는 말로 한진그룹의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이 경영철학으로 삼은 좌우명이다.

그는 광복 후 미군에서 버린 폐(廢) 트럭 한 대를 가지고 한진상사를 설립해, 2002년 82세 나이로 별세하기 전까지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등을 우리나라 육·해·공 물류 대표기업으로 키워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송은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왔다. 공간의 이동은 삶의 필수적 요소이고, 시간의 단축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이다.” (조중훈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

또한 그는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토대로, 임직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인화경영으로 한민족의 전진을 뜻하는 지금의 '한진(韓進)' 그룹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진 총수 일가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인화경영, 윤리경영으로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는커녕 수많은 갑질과 위법으로 오너 리스크만 키우며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가?

능력은커녕 특권의식만 몸에 밴 소위 깜도 안 되는 3세들이 경영에 참가하여 상궤를 벗어난 갑질로 종업원, 협력업체 관계자, 고객의 자긍심을 추락시키고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지 않은가?

먼저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회삿돈 30여억원을 자택 공사비로 유용한 배임 혐의가 드러나 아직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야말로 기업을 사금고로 여기는 전근대적 행태다.

조양호 회장의 처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인천하얏트호텔 정원 관리 직원에게 폭언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했으며, 공항 라운지에서 식은 음식을 내던지고, 자택 리모델링 공사 작업자에게까지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는 2000년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에게 붙잡혀 소위 뺑소니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2005년에는 70대 노인을 폭언·폭행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랐다.

급기야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2014년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활주로로 향하던 여객기를 되돌려 세운 소위 ‘땅콩회항'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여기에 이번에 터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은 바로 국민들의 인내의 임계치를 넘게 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조 회장 일가의 계속되는 일탈과 갑질은 한마디로 ‘족벌 경영’과 ‘황제 경영’의 폐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지주회사)은 20%이고 자녀들도 각각 2% 수준이어서 패밀리 지분은 30%를 넘지 못한다.

실제 회사 오너는 조 회장 일가가 아니라 70%가 넘는 일반 주주라는 뜻이다.

어떻게 이처럼 소수의 지분만 가진 총수 일가가 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채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가?

총수 일가의 잘못을 견제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는 이상 해법은 엄격한 법적용을 통한 외부의 강력한 견제밖에 없다.

첫째, 조 회장이 회삿돈 30억원 가량을 자택 공사비로 유용한 것은 배임으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따라야 한다.

둘째, 총수 일가의 명품 등 밀수 의혹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셋째,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무가 2010년부터 6년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하여 항공사업법을 어긴 혐의에 대해서는 국토부의 유착까지 철저히 조사하여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 내지 물컵을 던진 것은 폭행 내지 특수폭행에 해당하는 바 조 전무의 휴대전화 압수를 통해 피해자들을 상대로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 또 대한항공 직원들을 상대로 말 맞추기가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한진 총수 일가의 몰상식한 언행과 갑질은 연일 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회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엄청나게 실추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항공이 나라 국호인 ‘대한’을 달고 그 이름에 먹칠하는 작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상표권 박탈의 국민청원까지 벌어지고 있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진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는 우리 국민의 삶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불공정 적폐중의 적폐다.

이제 더이상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갑질을 하지 못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엄정한 처벌과 시스템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총수 일가의 갑질 문화를 뿌리뽑기 위해선 앞으로 사내 내부 고발을 더욱 활성화 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어야 한다.

땅콩회항의 조현아가 칼호텔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반면,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은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되고, 스트레스에 따른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갑질의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 또 다시 2차·3차 가해를 해도 되는 ‘갑질천국’이 되어서는 결코 '헬조선(Hell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

행여라도 ‘물컵 갑질’ 논란 와중에 피해자인 광고사 직원이 해고라도 당하는 2차 피해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사태는 결코 일시적 공분이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재벌 패밀리라면 무능해도 임원이 되고 문제가 생기면 잠시 뒤로 빠져 있다가 슬며시 다시 들어오는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단절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법적, 제도적으로 재벌 총수들의 ‘족벌 경영’과 ‘황제 경영’의 폐해를 막을 수 있도록 기업소유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직원들의 내부고발의 용기, 국민들의 공분의 함성, 국가의 강력한 재벌개혁의 의지가 함께 할 때 재벌 일가들의 갑질은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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