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THE K9 '달릴 땐 민첩하게, 모실 땐 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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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5월 20일 18:24:06
    [시승기]THE K9 '달릴 땐 민첩하게, 모실 땐 편안하게'
    최고급 세단 걸맞은 승차감, 정숙성, 고급 편의사양 갖춰
    넘치는 파워, 정교한 핸들링…운전 재미도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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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4-18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THE K9 주행장면.ⓒ기아자동차

    최고급 세단 걸맞은 승차감, 정숙성, 고급 편의사양 갖춰
    넘치는 파워, 정교한 핸들링…운전 재미도 쏠쏠


    대형 세단이 ‘주 전공분야’인 쇼퍼드리븐(주인이 뒷좌석에 앉는 차) 수요에 ‘복수전공’으로 오너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 수요까지 끌어온다면 제조사 입장에서 그보다 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를 만들어내는 것은 ‘건강에 좋은 솜사탕’을 만들어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엔진은 파워에 정점을 둘지, 정숙성에 중점을 둘지, 서스펜션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둘지, 안락함에 중점을 둘지, 상충되는 것들 투성이다.

    2세대 풀체인지 모델 THE K9은 과연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켰을지 지난 17일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 모델은 3.3 터보 GDi 최상위 트림이다.

    시승 코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강원도 춘천시 더플레이어스GC까지 왕복 약 155km 구간으로, 고속도로와 와인딩 코스, 한적한 국도와 정체가 심한 시내도로 등 다양한 조건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구간이 적절이 섞여있었다.

    춘천으로 향하는 길에는 동승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뒷좌석, 일명 ‘사장님 자리’에 앉았다. 앞자리 조수석을 앞으로 한껏 젖히니 상당히 넓은 공간이 나온다. 뒷좌석 엉덩이 받이를 앞으로 빼고 등받이까지 젖히니 반쯤 누운 자세가 된다. 이 모든 조작은 뒺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있는 버튼으로 가능하다.

    푹신한 좌석에 몸을 파묻으니 남부러울 게 없다. “이래서 높은 분들이 운전기사를 두고 뒷자리에 앉는구나.”

    운전대를 잡은 동승자는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다. 가속페달을 한껏 밟은 듯 옆 차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지만 ‘사장님 자리’는 고요하다. 엔진소음이나 노면소음, 풍절음 등 어떤 소리도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창문을 살짝 내려 보니 찢어지는 듯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노곤한 기분에 잠이 절로 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지나고 있다. 군데군데 과속방지턱이 있었지만 가벼운 출렁거림 정도 외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

    “그럼 그렇지. 오너드리븐은 무슨. K9은 영락없는 쇼퍼드리븐 세단이다.”

    이런 생각은 춘천 더플레이어스GC에 도착해 자리를 바꿔 운전대를 잡는 순간 바로 깨졌다. 굽이진 산길을 돌아내려오는 와인딩 코스를 2톤에 육박하는 덩치가 무색하게 날렵한 몸짓으로 소화한다.

    평지에서 푹신한 승차감을 제공해 줬던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은 와인딩 코스로 접어들자 갑자기 돌변해 차체를 탄탄하게 붙잡아준다.

    바퀴의 움직임은 운전자의 의도에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칼같이 반응한다.

    고속도로에서는 빠르게 속도를 높여봤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내는 3.3ℓ 터보엔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THE K9을 한계속도 언저리까지 끌어당긴다.

    일반 차량이었으면 차체가 사정없이 요동칠 정도의 고속주행이었지만, THE K9은 도로를 움켜쥐기라도 한 듯 여유 있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주행모드별 조작감도 확실히 차별화된다. 컴포트 모드에서 얌전하던 THE K9은 스포츠모드로 전환함과 동시에 엔진 반응은 물론, 변속기, 핸들 조작감까지 터프해진다. 여기에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전·후륜 동력을 가변 제어하는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돼 운전자의 거친 조작을 뒷받침해준다.

    시승기간 총합 8km/ℓ대의 연비는 썩 자랑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 덩치에 이 정도 출력을 내는 차를 타려면 연비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차로유지보조(LFA) 장치도 시험해봤다. 고속도로만 벗어나면 매정하게 작동을 멈춰버리는 기존 고속도로주행보조장치(HDA)와는 달리 차로유지보조장치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 국도, 시내도로에서도 작동된다.

    크루즈컨트롤 작동시와 같이 속도를 설정해 놓으니 알아서 차선을 따라 달리며 곡선주로에서는 스스로 핸들을 조작해 방향을 바꾼다. 물론 무작정 차량에 운전을 맡겨도 되는 수준은 아니다. 핸들에서 2분 이상 손을 떼면 다시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문구와 함께 경고음이 울린다.

    속도는 설정된 대로 달리다가도 느리게 달리는 앞차를 만나면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서는 알아서 규정 속도로 조정해준다.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 있어 순간 긴장했지만 재빠르게 반응해 감속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믿음이 간다.

    사실 이 기능은 고속도로보다는 막히는 시내도로에서 더 유용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지루한 발목운동을 지속할 필요 없이 스스로 갈 때 가고 설 때 서주니 상당히 편리하다.

    브레이크만 밟지 않으면 가속이나 차선 이동시에도 차로유지보조장치 작동이 지속되니 재설정을 반복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직접 몰아 보니 THE K9은 최고의 운전 재미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오너드리븐 세단의 면모도 충분히 갖췄다는 결론이 나온다.

    THE K9은 운전석이건 뒷좌석이건 최고의 고객을 모실 준비를 갖췄다.

    대중차 브랜드인 기아차에서 만들었다는 한계를 감수하고, 썩 고급스럽지 않은 KIA 엠블럼만 이해할 수 있다면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상품성을 지닌 고급 세단을 보유할 수 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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