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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위험수위 넘었다…잊혀진 깡통주택 속출하나


입력 2018.04.18 06:00 수정 2018.04.18 06:00        원나래 기자

갭투자 비용, 2011년 이후 최대…입주물량 증가로 전셋값 하락해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비용이 2011년 이후 최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비용이 2011년 이후 최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연 초부터 집값은 지속적으로 오른 반면, 전셋값은 입주물량 증가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역전세가 일부 발생하면서 과거 잊혀졌던 깡통아파트 우려 역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용(평균 가구당 매매가격에서 전세 평균 가격을 뺀 차액, 재건축 대상 제외)은 2억3199만원으로 지난해 말(1억9250만원) 대비 20.5% 늘었다. 이는 2011년(2억5243만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비용은 17개 시·도 지역 중 지난해 말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고, 전국(10.7%) 평균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에 전세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갭투자 위험은 점차 커지고 있다. 올해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갭투자들의 추가 비용 투입 역시 불가피해졌다.

이미윤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1~2년 전 전세가율이 70~80% 가까이 오르면서 단기투자를 노린 1억원대 소액 투자가 성행했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며 “입주물량 증가로 전셋값은 하락하고, 주택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져 전세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투자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갭투자 비용은 전세가율과 반비례하는 구조를 갖는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갭투자 비용 부담은 높아지고 있다.

17개 지자체 중 강원과 전북을 제외하고 2017년 말 대비 아파트 전세가율(재건축 제외)이 모두 낮아졌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5년 76%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8년 4월 현재 66% 대로 무너졌다.

이 연구원은 “수도권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시세차익이 줄어들어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되는 상황으로 바뀌어 무리하게 갭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급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갭투자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떨어진 것처럼 매매시장에서도 집값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이전 정부 때 발생했던 깡통주택이 다시 속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집값이 전세보증금과 주택 대출을 합한 금액 밑으로 떨어지면서 깡통아파트가 속출했고 하우스푸어로 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였던 2000년대 중반은 역대급 부동산 호황기로 ‘묻지마식’ 주택구입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까지 동원한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놨다. 이런 호황 속에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 물량을 서두르면서 당시 분양가구 수가 30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급증했다.

투기열풍과 분양급증의 부작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드러나기 시작했다. 집이 넘쳐나자 역전세난이 시작됐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값이 분양가는 물론 전세보증금과 대출금 아래로 떨어졌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유통학과 교수는 “올해 말부터 입주물량이 상당히 급증했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같은 가격 하락을 통해 깡통아파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은 물론 역전세난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정부의 대출규제, 보유세 강화 예고 등이 잇따르면서 갭투자에 대한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서울의 경우 집값이 조정된다 하더라도 급락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남영우 나사렛대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됐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했던 리스크였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입주량이 몰릴 때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대출 비율이 외국처럼 80~90% 가까이 되지도 않고 50% 내외 선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경우는 이전보다 드물 것”이라며 “지난 2009~2010년 심각하게 거론되던 하우스푸어 이야기를 믿고 집을 팔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의 집값 상승에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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