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합네 하는 여권, 스스로를 위해 깨끗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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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7월 21일 21:17:56
    국민 위합네 하는 여권, 스스로를 위해 깨끗해져라
    <칼럼>김기식 인사 파문 이어 댓글 조작 의혹까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오명이 초래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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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4-16 05:37
    이진곤 언론인
    <칼럼>김기식 인사 파문 이어 댓글 조작 의혹까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오명이 초래된 적은 없다”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 자신을 위해 선택하라

    지방 대학들의 심각한 재정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잘 아는 이가 어느 지방대학의 총장직을 맡았다. 가서 보니 학교는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회생할 길이 있다면 그건 자매대학과의 통합이었다. 그렇지만 반대가 만만찮았다. 설립자 측에 의해 외부에서 영입된 총장이었기 때문에 재단이사회, 교수회, 학생회 등의 거부감 표출이 더 거칠었다.

    그는 소통에 적극 나섬으로써 거리감을 좁혀갔다. 그리고 끈질기게 대화하고 설득해서 마침내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대학 존속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야말로 총장의 역량에 달린 과제다. 아마 잘 해낼 것으로 믿지만 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설득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재단의 이사들, 보직 교수들, 교수 및 학생단체의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그런 다음엔 이렇게 말했다.

    “대학을 위해 혹은 총장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아예 하지 마십시오. 저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사람이니까 걱정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을 것인지를 생각하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배 말씀을 듣다가 깨달은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설득했지요.”

    같이 차를 마시던 그 ‘선배’ 역시 잘 아는 사이다. 크지 않는 기업의 오너인데,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면서도 상대가 경계심을 풀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사장을 위해’ 일하지는 말라고 한다. 자신을 위해 일해야지, 남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재미와 열의가 없어지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면서 곁눈질을 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말한다.

    “우리 회사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회사를 위하거나 사장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떠나는 게 낫습니다.”

    대다수의 생활인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한다. 그런데도 회사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데 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느냐며 서운해 하고, 때로는 투쟁까지 벌인다. 자신의 책임 몫을 남에게 떠넘기고 희생자연 하며 화풀이‧분풀이를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2] 정부 여당의 정치적 위기

    진보좌파 정치세력의 보수우파 정권에 대한 공격은 ‘댓글 여론조작’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법에 호소하고 광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박근혜 정부를 궁지로 몰았다.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정권의 기반은 급속히 침하했다. 마침내 이들은 보수정권을,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여론조작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최근에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에 무더기 ‘공감’ ‘추천’이 달렸다. 네이버가 수사의뢰를 하고 더불어민주당도 고발을 했다. “자유한국당이나 보수단체들이 ‘제 버릇 못 버리고’ 또 댓글 조작질을 하는구나, 본때를 보여주마.”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매크로 프로그램(한번의 입력으로 지정된 동작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댓글 조작을 한 범인을 잡고보니 민주당 당원 3명이었다. 제대로 공격도 못해보고 지뢰를 밟은 것이다. 이들 중 드루킹이라는 이름의 파워 블로거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지난번 대선 전부터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TV조선 보도로 결정타를 맞았다.

    김 의원은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 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하여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TV조선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다음날부터 민주당은 적극적인 엄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측근이자 당의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설 사람 아닌가.

    야당 측의 지적대로 김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받았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하면 그의 결백은 곧바로 입증이 된다. 그런데 김 의원은 아직 그것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반증 자료를 내놓지는 않으면서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이라고 ‘언론과 정치권’을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정권 측을 덮친 스캔들은 이뿐이 아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논란이 먼저 일었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금융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보무도 당당히 금감원에 입성한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부담으로 세 차례나 해외 출장인지 여행인지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연구소에서 기업의 정부‧관청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고액 강좌를 열었던 사실이 보태졌다. 임기 말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거기에 추가됐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방어에 나섰으나 야권의 일제공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인상이다. 마침내 문 대통령까지 서면 메시지를 통해 ‘위법’ ‘평균’ ‘관행’이란 기준을 제시하면서 감싸 안으려는 인상을 주었지만 비판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14일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이) 김 원장을 집에 보낼 것 같았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어쩌면 오늘(16일) 김 원장이 자진 사임할 것 같기도 하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청와대의 인사라인은 건재할 것이다. 이제까지 인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조국 민정수석이 문책을 당한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세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도 김 원장보다는 청와대 비서실 보호차원이 아니었을까? ‘해외출장 전수조사’를 내세워 국회의원과 정당을 압박하면서….

    [3] 청렴결백은 최선의 보신책

    이 사건들뿐만이 아니다. ‘미투’운동으로 인해 정권과 진보좌파진영은 도덕성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선과 도덕과 정의를 독점한 듯이 과시하면서 정치적 반대세력 단죄하기를 서슴지 않던 터여서 국민의 실망은 더 크다. 지금도 적폐청산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동력은 약화된 느낌이다. 스스로 도덕성을 자신할 수 없는 입장에서 남을 악으로 몰아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부에도 적폐가 있다는 사실이 일련의 사태를 통해 확인되기 시작했다. 물론 세상의 평판에 아랑곳없이 정적들에 대한 징벌을 계속할 수는 있다. 김경수 의원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끝까지 내놓지 않고, 김기식 원장이 자리를 고수한다고 야당이나 국민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여론의 높은 지지율이 여전한 만큼 이 정도의 충격으로 무릎 꺾일 리는 없다.

    지금은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는 시점이어서 정부 여당이 국민의 눈치를 살필지 모르지만 평소에는 국민을 겁내는 빛이 없다. 권력을 가진 쪽이 왜 무력한 필부필부(匹夫匹婦)를 무서워하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다짐을 믿는 국민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들고 온 나라를 뒤지면 혹 몇 사람쯤은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거의 다 없어졌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명념해야 할 것이 있다.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 자신을 엄격히 다스리는 것은 국민 좋으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그게 집권세력 자신들의 가장 좋은 보신책이다. 이제 국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말한바 ‘평균’ 정도의 수준이라도 지켜주면 다행이라고 여길 만큼 기대수준을 낮춘 지 오래다. 이른바 ‘촛불혁명’이 성립시킨 정권이라 하더라도 프랑스 혁명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가 강조한 ‘덕의 공화국’을 추구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기를 희망하는 국민도 없다.

    주문할 게 있다면 이런 것이다. “그대들 자신을 위해 청렴해지고 결백해지고 정의로워지라.” 괜히 국민을 위합네 하면서 고민하고 고생하는 표정을 짓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아름다운 이름, 자랑스런 평판, 흡족한 보람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고 봉사하기를 바란다. 바로 그대 자신을 위하라!

    “아무것도 없는 데서 오명이 초래된 적은 없다.” E. 버크 <워런 헤즈팅의 탄핵>
    자신을 위해 이 말 또한 기억하시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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