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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 삼성증권까지" 딜로이트안진 또 '구멍'


입력 2018.04.16 06:00 수정 2018.04.16 18:08        부광우 기자

2000년대 들어 12년 간 삼성증권 외부감사 맡아

"금융사 감사 시 통제 시스템 점검은 필수" 지적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외부감사를 도맡아 왔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데일리안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외부감사를 도맡아 왔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데일리안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와 관련해 외부감사를 도맡아 왔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사 감사 시 통제 시스템 점검이 필수 요소인 만큼, 2000년대 들어 10년 넘도록 삼성증권의 외부감사를 담당해 온 딜로이트안진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사상 초유의 금융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역풍으로 1년 영업정지라는 중징계에서 이제 막 벗어나 기지개를 켜려던 딜로이트안진으로서는 시장 빅4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물론 근본적인 신뢰에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삼성증권의 외부감사는 딜로이트안진이 담당해오고 있다. 과거(2000~2005년) 기간까지 포함하면 딜로이트안진은 2000년대 이후 삼성증권에 대한 외부감사만 12년을 수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 동안 딜로이트안진이 원칙대로 감사를 수행해 왔다면 최근 삼성증권에서 불거진 배당오류 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오입력 등 잘못을 사내 시스템이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지 실제로 테스트해보는 것은 금융사에 대한 감사의 기본적인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의 감사업무를 위한 실무지침서를 보면 금융사가 효과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만들기 위해 감사는 모든 종류의 위험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는 인적 오류나 사기, 전산시스템 고장, 부적절한 통제 과정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리스크를 꼭 체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은 핵심 항목 중 하나"라며 "회사 전산망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연산 테스트만 해봤더라도 최근 삼성증권에서의 사고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삼성증권에서 벌어진 사고는 회사의 내부 전산망이 터무니없는 양의 주식을 찍어내라는 명령을 그대로 실행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한 검사에 나선 금융당국이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 상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겠다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들에게 28억3162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잘못된 전산입력으로 회사 주식 28억3162만주를 입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 거래일 기준 주가를 기준으로 112조원 어치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를 받은 삼성증권 16명이 501만여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런 대형 사고를 초래한 삼성증권의 외부감사인이 딜로이트안진이라는 점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불과 몇 년 전 대우조선 분식회계 파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딜로이트안진은 자신이 감사를 담당한 기업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대형 사고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딜로이트안진은 2013~2014년 대우조선에서 5조원대 분식회계를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금융당국은 딜로이트안진에 6억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년 간 신규 감사 업무를 제한하는 영업정지 징계를 내렸다.

특히 이 같은 영업정지가 풀리자마자 감사 기업인 삼성증권에서 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딜로이트안진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삼일PWC와 KPMG삼정, EY한영에 이은 시장 점유율 4위를 겨우 지켜낸 딜로이트안진으로서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한 모양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번 달 7일부터 상장법인과 비상장금융사의 신규감사를 다시 수임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은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보고 목적이 중심이며, 운영·법규준수 목적과 관련된 통제절차는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내부회계관리제도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즉, 외부감사인이 검토해야 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를 위한 회사의 내부통제를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딜로이트안진 측은 "이번 삼성증권의 배당착오와 관련된 우리사주조합배당운영시스템은 회사의 재무정보 산출과는 별개로 관리되는 단독 시스템이고, 이에 대한 내부통제는 우리사주조합배당이 거의 없었던 지난해까지는 감사인이 검토해야 하는 유의미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에 따라 외부감사인은 관련 항목을 검토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책임도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사실상 제대로 된 감사를 수행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는 회계법인의 실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이 갑이고 외부감사인이 을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시장 구조 상 다른 회계법인이 삼성증권을 감사했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으로부터 새로운 외부감사 용역을 따내거나 혹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과의 계약을 유지해야 돈을 벌 수 있는 회계법인이 감사 대상 회사를 향해 싫은 소리를 하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기업이 자신의 입맛대로 외부감사인을 고르지 못하도록 하는 지정감사제 확대 등이 근본적인 대안이 시장에서 자리 잡아야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체계가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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