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포기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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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21일 17:51:43
    [D-인터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포기해도 괜찮아요"
    남편과 사별한 효진 역으로 원톱 주연
    예술 영화 활동 활발하게 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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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4-16 08:46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당신의 부탁'에 나온 임수정은 "여성 배우끼리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CGV아트하우스

    남편과 사별한 효진 역으로 원톱 주연
    예술 영화 활동 활발하게 할 계획


    "뭔가를 선택한다는 건 뭔가를 포기한다는 거야."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에서 효진(임수정)이 열여섯 살 종욱(윤찬영)에게 한 말이다.

    우린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으로 인해 후회하기도 하고, 뜻하지 않던 행복을 맛보기도 한다. 모든 선택이 기쁨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최선이라고 믿었던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긴다.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열여섯 살 아들 종욱(윤찬영)과 함께하는 낯선 생활을 담았다. 극 중 효진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을 선택한 대신, 많은 걸 포기한다. 또 다른 사랑, 개인적인 삶 등이 그렇다. 그래도 효진은 종욱을 통해 생기를 되찾는다. '포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임수정 역시 효진에게 공감했다.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담담하고, 선명하게 피력하는 그다. 심지 곧은 마음이 엿보인다.

    배우는 "이젠 원하고자 하는 게 선명하고 분명해졌다"며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다른 한 부분을 포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손에 모든 걸 쥐려고 스스로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원하는 것을 하기에도 너무 바쁘거든요. 점점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편하게 얘기하는 편입니다."

    ▲ 영화 '당신의 부탁'을 이끈 임수정은 "여성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본 영화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임수정은 '장화, 홍련'(2003),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각설탕'(2006),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전우치'(2009), '김종욱 찾기'(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은밀한 유혹'(2014), '시간이탈자'(2015), '더 테이블'(2016), '시카고 타자기'(2017) 등에 출연했다.

    30대 후반인 임수정은 여전히 맑은 소녀 같다. 그런 그가 생애 첫 엄마 역할에 나섰다. 배 아파 낳은 아들이 아닌,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은 아들을 떠안게 됐다. 충격적인 상황이지만 효진은 덤덤하게 종욱을 받아들인다. 엄마와의 관계가 어려운 효진이 종욱을 선뜻 받아들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 과정이 중요했어요. 효진은 남편을 잃고, 2년 동안 홀로 지내면서 상실감과 외로움, 우울, 슬픔에 빠져 지내요. 우울증에 걸리다 보면 대책 없이 큰 결정을 내리기도 한대요. '남편의 아들'이라는 점이 효진의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했죠. 처음부터 효진은 종욱의 엄마가 되려고 하지 않아요. 인간에 대한 연민이랄까요? 종욱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리기도 원하지 않았고요"

    영화는 오랜만에 보는 여성 배우 중심 영화다. 이 감독은 여성의 마음을 잔잔하게 건드리는 솜씨를 부린다. 임수정 역시 편안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임수정은 "여성의 깊이 있는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영화가 드문데 이런 시나리오가 내게 온 게 반가웠다"며 "인물의 대사와 과장 없는 감정에 공감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과는 처음 봤는데 정서적으로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했다"며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고, 서로 존중하며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효진의 일상을 따라간다. 남편과 사별한 효진의 아픔을 일부러 들춰내지도, 건드리지도 않는다.

    상실의 아픔을 지닌 효진과 종욱이 낯설었던 서로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친해지기 위해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상대방이 마음을 열기를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담백하게 담았다.

    ▲ 영화 '당신의 부탁'을 이끈 임수정은 "나이가 들수록 주체적인 여성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임수정은 "효진은 남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남편을 떠나보낸다"며 "남편 제사를 종욱이와 함께 치르는 장면은 꽤 의미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생애 첫 엄마 역할은 어땠을까. "극 중 인물이 낳은 아이의 얘기였다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효진은 아니잖아요. 부담이 덜 했죠. 이 작품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죠. 아직 경험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아요. 엄마가 되더라도 우리 엄마처럼 자식에게 헌신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주변을 잘 챙기는 편이라 남편이든, 자식이든 잘 챙길 것 같긴 합니다."

    동안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선 "감사하고 고맙긴 하다"면서도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부끄럽고 오글거리기도 해요. 호호. 나이를 인식하면서 나이 들고 있고, 지금 내 모습이 정말 좋거든요. 대중들은 절 소녀 같은 이미지로 보는데 내가 보는 나와 대중이 느끼는 제가 다른 듯해요. 지금 내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할 계획입니다."

    친구로 나온 이상희와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가 빛난다. 임수정은 "상희 씨와 호흡은 숨통이 트이는 역할을 했다"며 "친구처럼 금방 친해져서 신나게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좀 저 많은 여성 배우들과 호흡하고 싶은데 그런 작품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김혜수·전도연 선배랑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 중 효진은 피곤함에 찌든 인물이다. 온몸에 힘이 없다. 임수정은 모든 힘을 빼고 연기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유연해졌다. "표현이 어려웠던 부분에서 힘을 빼는 연기를 했어요. 한 뼘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다른 캐릭터를 또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캐릭터를 위해선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옷도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편한 스타일로 입었다. 피곤해 보이던 효진은 종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 영화 '당신의 부탁'에 출연한 임수정은 "상업 영화과 예술 영화가 같이 잘 됐으면 한다"고 했다.ⓒCGV아트하우스

    종욱 역의 윤찬영은 임수정에게 호칭을 부르지 않았다. 극 중 관계처럼 서로 대화가 많진 않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단다. 애써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서 더 자연스러웠다.

    임수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책으로 펴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채식,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 여성으로서 느끼는 생각들을 책에 담고 싶어한다.

    SNS에 올린 글은 임수정의 성격이 드러난다. 간결하고, 담백하다. "읽기 쉽게 쓰려고 해요. 감정을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말하는 것도 특징이죠. 어떤 이슈에 대해 제 생각을 쓸 때는 기승전결을 갖춘 뒤 정리해서 SNS에 올립니다."

    민낯에 대해 그가 소신을 밝힌 글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억지로 어려 보이려고 노력한 적 없어요. 제 나이를 인지하고 있거든요. 원하는 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또래 여성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셨죠. '우리도 화장하지 않고 사회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요.

    임수정은 최근 소규모 저예산 예술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크고, 작은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 영화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가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배우는 "관객들도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많이 봤으면 한다"면서 "독립영화에 신선한 소재와 훌륭한 감독 배우가 많은데 런런 부분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감독, 배우, 제작사가 협업한다면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천만 영화에 목이 마르지만, 내가 가진 영향력으로 좋은 예술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예술 영화를 통해선 상업 영화 때 못해 본 연기적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대중들과 조금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음의 목소리로 자기 얘기를 조곤조곤 말하는 임수정은 라디오 DJ 제안을 자주 받는다. 그는 "라디오를 좋아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기엔 준비가 덜 돼서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임수정'의 이름을 건 토크쇼도 하고 싶단다. "어떤 스타일의 토크쇼가 될진 모르겠는데 꼭 한번 해보고 싶답니다."[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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