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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취소…시민들의 진짜 속마음


입력 2018.05.01 03:00 수정 2018.05.01 06:00        김지수 기자

쉬는 것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나요, 아쉬움 속

공휴일 지정 아닌 어버이날 취지 살려야 의견도

“공휴일 되면 부모 기대에 부담 더 커질 뻔”
“대통령 공약인데…현실사정 고려 더 했어야”
쉬는 것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나요, 아쉬움 속
공휴일 지정 아닌 어버이날 취지 살려야 의견도


5월 8일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합니다. ⓒ게티이미지 5월 8일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합니다. ⓒ게티이미지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이 무산됨에 따라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기대했다가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안 돼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직장인 A씨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무산' 소식에 차라리 잘됐다는 입장이다. "(공휴일로 지정되더라도) 출근 안할 거란 보장은 없다. 쉰다 하더라도 양가 부모님들의 자식 방문 기대에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돼도 '쉴 수 없는 공휴일'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은 A씨만의 사정이 아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B씨는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더 의미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양쪽 부모님을 찾아봬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다. 시댁이나 친정 두곳 다 가야 될 텐데, 배우자와 갈등도 뻔하다"며 "다음날 출근해서도 더 피곤할 것"이라며 '차라리 잘됐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비록 올해는 무산됐지만 청와대는 내년부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하루라도 더 쉴 수 있다며 반색한다. 대표적인 직종이 즉각적인 '휴식'을 보장받는 공무원이다.

50대 교사 C씨는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하면 우리에게는 바로 적용되니 좋다. 휴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새내기 대학생 D씨도 "5월은 연휴가 많아 기대되는 달이다, 우리 집은 어버이날을 크게 챙기지 않아서 전화로 안부 묻는다"라고 반가워했다.

좀 더 깊이 있는 이유에서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50대 주부 E씨는 "꼭 공휴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기에 기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사회 전반적 상황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내세운 공약 같다"고도 했다.

2013년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대다수가 5월 공휴일 중 '어버이날'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 화면 갈무리 2013년 4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대다수가 5월 공휴일 중 '어버이날'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 화면 갈무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3년 직장인 남녀 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 가정의 달 지출 계획' 조사 결과, "5월 기념일 중 가장 부담스러운 날은 언제입니까?"(복수응답) 질문에 "8일 어버이날"이라고 답한 응답률이 81.1%로 가장 많았다.

또 어버이날 지출하는 평균비용은 24만7616원을 기록했다. 기혼 직장인의 경우 식사 값과 용돈 등을 포함해 총 28만여원을 쓸 것으로 내다봤고, 미혼 직장인들은 22만여원을 지출할 것으로 생각했다.

올해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정부 입장에서나 대다수 직장인들에게나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애초에 부담스러운 공약이었던 셈이다.

'어버이날'이 원래 의미와 취지를 담은 진정한 공휴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전 여론 수렴 과정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수 기자 (jskim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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