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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연 600억 투입' 삼성증권 전산망…기본도 어겼다


입력 2018.04.12 06:00 수정 2018.04.12 07:26        부광우 기자

증권사 중 전산운용비 지출 최대 '무너진 공든 탑'

IT서비스 전문가들 "기초 설계 단계에 문제" 의혹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삼성증권이 증권업계에서 내부 전산망 관리에 가장 많은 돈을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6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왔지만 막상 112조원에 달하는 유령주식이 풀렸을 때 호화 전산망은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전산망 구축과 보안 사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T)서비스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본부터 무너진 참사라는 혹평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 지출은 총 5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삼성증권이 전산운용비에 쓴 돈이 6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거슬러 올라가 봐도 이전 3년(2014~2016년) 동안 삼성증권은 연간 전산운용비 지출이 해마다 500억원은 물론 600억원을 넘긴 유일한 증권사였다.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해보면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해 삼성증권 다음으로 많은 전산운용비를 책정한 증권사는 온라인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키움증권으로 476억원을 지출했지만 삼성증권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뒤를 이은 미래에셋대우가 364억원, 한국투자증권이 325억원 정도를 쓴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액수다.

이처럼 삼성증권은 전산망 구축과 관리에 남다른 노력을 쏟아왔지만 최근 불거진 배당오류 사고로 인해 이런 투자는 하루아침에 빛이 바랜 모양새다. 터무니없이 많은 주식이 단번에 만들어지고 심지어 시장에 유통될 때까지 삼성증권의 내부 전산망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지난해 전산운용비 지출은 총 5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이 전산운용비에 쓴 돈이 6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지난해 전산운용비 지출은 총 5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이 전산운용비에 쓴 돈이 6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들에게 28억3162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잘못된 전산입력으로 회사 주식 28억3162만주를 입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 거래일 기준 약 112조원 어치에 달하는 규모였다. 더욱이 이를 받은 삼성증권 16명이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대해 IT서비스업계에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고는 시스템 상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설계가 잘못돼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20여년 동안 금융사를 중심으로 전산망 구축과 보안 사업을 담당해온 IT서비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은 물론 어떤 업계의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 때도 최대 한계 값을 지정해 그 범위를 넘어서는 연산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 중 하나"라며 "쉽게 말해 너무 큰 수를 입력하면 작업이 수행되지 않도록 하거나 특별한 인증을 요구하도록 지정해 놓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당 값이 돈과 관련됐다면 시스템 설계자로서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증권이 현재 발행한 주식의 총량이 8930만주이고 발행 가능한 수가 1억2000만주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이를 넘는 숫자의 주식 발행 명령은 걸러내도록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이와 비교해 30배에 달하는 주식발행이 실행됐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수 금융사의 전산망 관리를 담당했던 한 IT서비스업체 대표이사도 "다른 업종보다 금융권 전산망 구축은 돈과 직접 관련되는 만큼 내·외부 테스트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이 분야에 조금만 경험을 가진 경력자라면 이번 사고처럼 단순한 입력 오류가 전산망을 통과되는 모습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실제로 이런 지적들을 뒷받침 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10일 열린 주식 매매제도 개선반 제 1차 킥오프 회의에서 "삼성증권 계좌에 발행주식 총수 8930만주보다 많은 주식 28억3162만주가 입고된 오류가 전산 시스템에서 발견되지 못했다"며 "착오 등에 의한 대량매도에 대한 충분한 통제 시스템도 없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한도를 넘는 대량의 주식 발행이 이뤄졌지만 내부 전산망이 결과적으로 이를 막지 못했다"며 "이런 부분을 포함, 모든 부분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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