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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태' 증권가 강타…공매도 논란 재점화


입력 2018.04.09 14:16 수정 2018.04.09 14:40        부광우 기자

금감원 강경대응 예고…전 증권사 거래 시스템 점검

매매 형식 상 공매도로 해석 여지…거세지는 폐지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배당하고 심지어 이를 내다 팔기까지 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 사태의 파장이 증권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있지도 않은 주식을 배당하고 심지어 이를 내다 팔기까지 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 사태의 파장이 증권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있지도 않은 주식을 배당하고 심지어 이를 내다 팔기까지 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 사태의 파장이 증권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자본 시장의 뿌리를 흔든 사건으로 규정하고 점검 대상을 모든 증권사로 넓히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면서다. 더불어 공매도 제도도 이번 사고의 배경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이참에 투자자 불신을 사고 있는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삼성증권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특별점검을, 11일부터 19일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들에게 28억1000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회사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받은 삼성증권 16명이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금감원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입고돼 장내에서 매도된 경위 ▲직원이 대량의 자사주를 아무런 제한 없이 매도할 수 있었던 내부통제 시스템 ▲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한 대응 현황 ▲관련 내부통제 체계 및 운영현황의 적정성 등을 집중 검사하기로 했다.

◆관련자 등 징계 전망…다른 증권사도 안심 못 해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투자자 피해 유발은 물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히 저해한 중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규에 따라 관련자는 물론 삼성증권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금감원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당사자와 기관 모두 금감원 징계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감원도 구체적인 징계 절차와 정도는 점검을 진행해 봐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문제의 주식을 팔아 치운 삼성증권 직원들은 민사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종사자로서 충분히 오류에 따른 배당임을 알 수 있었던 삼성증권 직원들이 이를 매각해 주가를 급락시킨 만큼 고의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사태의 여파가 삼성증권을 넘어 다른 증권사들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종료되면 국내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의 주식거래 시스템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 가운데 다수도 사고의 배경이 된 삼성증권의 내부 체계와 비슷한 형태의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태에서 금감원이 증권사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한 만큼 증권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기울어진 운동장 없애라” 비난 여론 가열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래 전부터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찍혀 온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착오로 배당된 주식의 매매가 과정 상 공매도 형식을 갖추고 있고, 이를 용인하다보니 어처구니없는 거래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이 있을 때 당장 해당 주식이 없더라도 기관 등에서 이를 빌려와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진 후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투자자는 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없는 주식을 팔았다는 형식만 놓고 보면 이 같은 공매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삼성증권 직원 계좌에 착오 배당된 주식이 실제 주식으로 인식된 데다, 발행예정인 주식도 거래가 가능한 현행 규정이 더해지면서 매매가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시스템 오류와 별개로 공매도가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충격은 차단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공매도 폐지론이 다시 한 번 힘을 얻는 모양새다. 예전부터 공매도는 자본력을 가진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삼성증권의 사고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금지 청원 글에는 이미 18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뤄졌다. 조만간 청와대가 답변을 내놔야 하는 기준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기관 등이 공매도를 통해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시장을 옮긴 뒤 공매도가 크게 늘어나자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청원을 넣기도 했다.

반면 공매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공매도가 고평가된 주식의 적정 가격을 유도하고 주가 하락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등 순기능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개인의 공매도 참여는 사실상 제한된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난을 받던 와중 삼성증권의 이번 사고가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핀 셈"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와 해당 주식 매매는 공매도의 문제점이라기보다 시스템 상의 오류"라며 "공매도 제도와 바로 연결시키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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