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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의 역습' 그럼 진보는 뉴보이들인가


입력 2018.04.07 10:16 수정 2018.04.07 12: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오랜 친구들' 맞짱

보수 낙동강 방어선...한국 산업의 방어선 관심집중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당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가 한 ‘출마의 변’이 화재가 됐다.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라는 일성이 많은 (보수진영)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주었다. 새로운 출발의 희망을 느끼게 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 자유한국당을 짓눌렀던 오랜 격변이 일단락됐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이 생중계됐다. 예상대로 ‘박근혜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공익’을 앞세워 방송 생중계를 결정한 재판관이 피고인의 부재를 틈타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공익의 의미를 모호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과정이 어떻든, 이번 판결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지 1년 반 만에, 박 전대통령 탄핵(2017년 3월 10일), 구속(2017년 3월 31일) 이후 1년여 만에,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격변사태가 현실에서 역사적 사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 기간 온갖 감정이 수많은 국민사이에서 명멸했을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분을 삭이는 국민이 많았을 것이고, 아쉬움을 느끼는 일반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이제 법원의 판단은 ‘역사적 평가’로 넘길 때다. ‘적폐청산’인지 ‘정치보복’인지는 이미 재판의 몫이 아니다. 역사적 평가는 법적 판단의 정당성도 판가름할 것이다. 그 역사적 평가의 기초가 국민의 평가고, 그 평가는 선거를 통해 표출된다. 이제 현 정권이 6.13 지방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그 심판을 받을 때다. 그 심판은 당연히 2심과 최종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보이콧’하는 이유다.

그런데, 근래 한국당의 행태는 이미 지방선거가 끝난(해보나 마나)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했다. 공천이 엉망이었다. 대통령지지도 고공행진은 여당에 사람이 몰리게 했고, 상대적으로 야당 인물난의 원인이 됐다. 최근 대안이 없어 보이던 몇몇 광역단체장 후보가 어렵게 확정됐다. 때맞춰 언론에서는 ‘올드보이’라는 악의적인 별명을 붙였다. 일부의 사실은 전체의 진실로 대체됐다.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인민재판’하듯 딱지를 붙였다.

이런 침울한 분위기에서 통쾌한 반격이 나왔다.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가 그것이다. 자신감과 여유있는 대응이었다. ‘네거티브 대응’에 대한 모범사례로 정치커뮤니케이션 교과서에 인용될만한 발언이다.

대표적인 네거티브대응 유형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많고 일반적인 대응이 ‘발끈해 화내기’다. 최악의 대처법이지만 대부분 정치인의 반응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응이다. 잠시 분은 풀릴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참담하다. ‘역풍’을 감당해야 하고, 큰 창피로 마무리되곤 한다. 사실이 아니라도 해결이 안 된다.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도 과격한 대응방법이 또 다른 꼬투리나 빌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무시전략’이다. ‘무시전략’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 하나가 ‘면역효과’다. ‘원래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로 인식되면 피해는 최소화된다. 지저분한 옷에 때가 아무리 묻어도 표가 안 나는 경우다. DJ, MB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공에는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와 역경, 일정한 용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그런 길을 가긴 힘들기 때문에, 이룬 자들의 결과론적인 성공사례다.

‘무시전략’의 또 다른 방법은 내 결점은 무시하고 상대에게 역공을 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결점이 나보다 크고, 유권자에게 더 위협적이어야 한다. 그런 조건을 위해 많은 첩보전과 음모가 판을 친다. ‘나보다 상대가 더 나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정치권에서 많이 구사하는 전술로 일반적인 선거전이 ‘이전투구’가 되는 이유다.

세 번째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재치있는 되받아 치기’로 가장 어렵지만 효과가 큰 대응이고, 건전한 정치풍토를 위해 바람직한 방법이다. 긴 안목과 정신적 여유를 가질 때만 가능한, 해학과 품격있는 정치행태다. 김태호의 이번 발언은 지금 말한 세 번째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록될 만 하다.
 
김태호 후보에 대해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는 선거에서는 훌륭했지만, ‘가볍다’는 선입견을 주는 정치인이었다. ‘선거의 달인’이지만 큰 기회에 패착을 두곤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총리로 지명됐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낙마했다. 연이어 대선경선에서 가벼운 처신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국회의원, 여당의 최고위원이 돼서 학습을 했고, 2016년 압승이 예상되는 총선에서 자진 불출마선언을 했다. 거의 유일한 불출마 선언자였다. 먼 길을 돌아 이제 당과 보수진영이 위기에 처할 때 다시 현실정치에 돌아왔다.

누가 됐든 이번 선거의 승자는 차기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다음 주자로 문재인대통령의 가장 믿을 만한 동지를 대권주자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한국당은 기근을 극복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당과 진영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전투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은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것이다. 향후 정국주도권의 가늠자가 되는 전장이다. 문재인 정권에게 경남에서의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회의석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복심을 내보낸 이유다. 한국당은 더 절실하다. 정권교체 후 전임 대통령의 참상을 본 홍준표 대표가 자신의 자리에서 또 다른 정권교체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경남의 승패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홍 대표가 다른 지역과 달리 직접 경남후보를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한 이유일 것이다. 경남의 승리가 현 정권의 독주를 막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홍 대표의 입장에서는 부수적인 성과다. 두 진영 다 낙동강 전투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경남의 분위기는 전체 지방선거에 새로운 흐름을 제공할 것이고, 야당 부활의 계기기 될 지도 모르겠다.

이제 본격적인 지방선거다. 관전 재미는 경남에서 시작된다. 보수진영의 낙동강 방어선은 대한민국 산업의 방어선이기도 하다. 정치지형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올드보이’가 제대로 역습에 성공할지 기대된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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