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연 레드벨벳 무반응, 북측이 환호한 우리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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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9월 19일 17:09:40
    평양공연 레드벨벳 무반응, 북측이 환호한 우리 노래는
    <하재근의 닭치고tv>전방위 문화교류로 북에도 자유의 바람이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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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4-07 10:18
    하재근 문화평론가
    ▲ 오늘 평양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는 우리 예술단은 전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합동 공연 연습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사진)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참여한 최진희는, 과거 북한 공연 땐 북한 관객들이 박수만 길게 쳤는데 이번엔 함성까지 질렀다며 호응이 커졌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측면과 그동안 IT 기술을 통해 한류에 많이 익숙해져서 호응이 커진 측면이 모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봄이 온다’ 공연 초 관객들은 경직된 모습이었다. 강산에의 ‘명태’에서 몇몇 사람이 웃음 지었다. YB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때 비로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윤도현이 북에서 이 노래가 인기라는 말을 듣고 급히 선곡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노래를 들으며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노래의 편곡이 새롭다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부부장이 ‘남자는 다 그래’하는 대목에서 공감하는 듯이 호응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어진 YB의 ‘나는 나비’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밴드가 애드리브를 한 소절하면 관객이 그대로 따라 하는 건 록밴드 공연의 전형적인 퍼포먼스다. 미국이나 한국에선 흔한 일이지만 반미 사회주의권에선 낯선 모습이다. 특히 대중문화를 ‘주체’식으로 철저히 통제하는 북한에선 미국식 록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나비’ 중간에 YB의 애드리브 선창을 북한 관객이 따라 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북측의 호응이 적극적이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는 나비’가 끝난 후에도 함성이 터졌다.

    최진희가 ‘뒤늦은 후회’를 부른 후에도 함성이 터졌다. ‘사랑의 미로’가 북한에서 큰 인기라고 하는데, 오히려 ‘사랑의 미로’보다 ‘뒤늦은 후회’의 호응이 더 컸다. 북측이 최진희를 지목해 ‘뒤늦은 후회’를 신청했다고 한다. 공연장의 호응을 보면 북측이 왜 그런 요청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노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영희의 애청곡이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 노래에 대해 최진희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이선희의 'J에게‘ 때는 특이하게 노래하기 전과 노래를 마친 후에 두 번 함성이 터졌다. ’J에게‘의 엄청난 인기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강산‘에도 함성이 나왔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때도 노래하기 전부터 함성이 터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청곡이었다고 하는데, 일반인 사이에서의 인기도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겨울의 찻집’은 이번 예술단 방북 기간에 총 4회 불렸다. 두 번은 정식 공연 때, 두 번은 환송 만찬에서 북측 가수들과 현송월 단장이 각각 불렀다. 현송월 단장은 조용필에게 요청해 이 노래를 이중창으로 불렀고, 조용필의 싸인을 받았다. 리설주 여사도 ‘조용필 선생’의 건강을 염려하며 그의 가창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조용필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총 6곡의 남측 노래에 함성이 터진 것이다. 서현이 노래할 때도 두 번의 함성이 터졌지만 노래가 북측의 ‘푸른 버드나무’였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이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남측 노래로 함성을 받은 남측 가수는 YB, 최진희, 이선희, 조용필이다. 백지영이 노래할 때는 함성은 안 나왔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백지영의 한국 내 위상 등을 물어볼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가수들이 호응을 받았지만 아이돌인 레드벨벳에는 거의 무반응이었다. 아이돌 북한 공연 흑역사는 깨지지 않았다. 핑클, 젝스키스, 베이비복스, 신화 등이 북한에서 공연했었지만 언제나 무반응이었다. 이번 동평양대극장에서 일부 관객이 레드벨벳에 호응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대부분은 아니었다. YB 정도의 록 공연까지는 받아들여도 아직 아이돌 음악은 힘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음악을 찾아듣는 젊은 세대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이번 방북 공연에 보이그룹으로 방탄소년단도 물망에 올랐는데, 스케줄을 도저히 뺄 수 없어 불발됐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이 공연했으면 북한 관객들이 정말 ‘멘붕’에 빠질 뻔 했다. 같은 아이돌 노래 중에서도 걸그룹 노래와 퍼포먼스는 비교적 일반 가요에 근접한데 보이그룹은 아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보이그룹 중에서도 서구 스타일에 가까워서 그들의 최신 히트곡인 ‘MIC Drop’을 이번에 불렀다면 정말 북측 관객들이 낯설어했을 것이다.

    싸이 섭외는 원천적으로 불발됐다. 우리 음악 중에서도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최신 케이팝은 여전히 북측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의 문화적 차이다. 문화교류를 더 활발히 해서 이 차이를 좁혀야 한다. 북한 인민들이 서구형 음악들에 자유롭게 호응하게 될 때 북한의 시대착오적 통제체제에 금이 갈 것이다. 그것을 막으려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엄격히 단속한다. 전방위적인 문화교류로 그런 통제를 무력화시킬 때 북에도 자유의 바람이 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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