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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협상, ‘예측불가’ 트럼프 변수 3가지


입력 2018.04.08 05:00 수정 2018.04.08 06:05        이슬기 기자

美 ‘이란핵협정’ 탈퇴 가시화…北, 트럼트 신뢰↓

미 실질적 위협 北 ICBM 제거에 초점 맞출 수도

북핵·한미FTA 연계, 韓 대북 강경노선 유지 압박

美 ‘이란핵협정’ 탈퇴 가시화…北, 트럼트 신뢰↓
미 실질적 위협 北 ICBM 제거에 초점 맞출 수도
북핵·한미FTA 연계, 韓 대북 강경노선 유지 압박


한반도 정세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미 트럼프 대통령 ⓒ데일리안DB 한반도 정세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미 트럼프 대통령 ⓒ데일리안DB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된 예측불가성은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미 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달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우리는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강력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훨씬 안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기회를 마련한 동시에, 북한 비핵화의 모멘텀을 한 순간에 흔들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트럼프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간절하다.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협상 판도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美 ‘이란핵협정’ 탈퇴 가시화…신뢰↓ 제재↑

AP통신은 5일(현지시각) 백악관과 미 재무부가 ‘이란핵협정(JCPOA)' 탈퇴에 대비한 후속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이란핵협정의 결점을 수정 보완할 ‘마지막 기회’라고 선언한 기한은 내달 12일이다. 이때까지 다른 협정 체결국들이 만족할만한 수정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협정을 탈퇴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다.

이란핵협정은 오바마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7월 ‘P5+1(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 독일) 대 이란’ 형식으로 맺은 다자 간 합의다. 주요 내용으로 △플루토늄 생산이 불가하도록 핵시설 개조 △IAEA에 기존보다 강력한 사찰 허용 △보상으로 미국·EU·UN의 대(對)이란 제재조치 해제 등이 담겼다. 합의의 공신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럿 당사국이 참여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기존 협정의 일몰(sunset)조항 때문에 일정 시점 뒤 이란 핵개발에 대한 제한조치가 해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인증을 거부했다. 기존 협정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영구적으로 금지할 수 없고, 미사일 개발이나 테러 지원 등의 위협을 완벽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 협정을 맺은 5개국은 아직 가시적인 보완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어 결국 미국이 탈퇴 수순을 밟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이런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다자 간 협상조차 일방적으로 거부·폐기하는 미국과 비핵화를 약속하기 어렵다는 북한의 판단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미국 역시 이란핵협정을 탈퇴한 논리에 따라, 북한 핵시설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요구하고, 일몰 조항 성격의 단계적 조치를 원하는 북한과 달리 절충안 도출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할 수 있다.

트럼프, 北 ICBM 제거에 초점 맞출 수도

트럼프가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의사를 밝힌 것 역시 북핵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시리아 재건 지원을 위해 편성한 2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는 같은 달 29일 공식 석상에서 “시리아에서 곧 나올 것이다. 중동 문제로 지금까지 7조 달러를 낭비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게 하자”며 미군 철수를 예고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에 경제적 이득이 되지 않거나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만 해결되면 ‘개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즉, 트럼프가 북핵 협상 과정에서 ‘주한 미군 철수’도 가능한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간 “주한 미군 주둔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왔다.

더 큰 문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ICBM 개발을 통해 실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을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 만들었다. 북핵이 미국의 직접적인 안보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의 ICBM 능력만 제거한다면, 이후 지리한 비핵화 협상에 굳이 앞장설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번 북미 회담에서 ICBM 관련 사항이 핵 문제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핵·한미FTA 연계 왜?

가장 가까운 변수는 트럼프가 북핵 협상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연계시킨 점이다. 트럼프는 최근 연설에서 “FTA 개정 최종 확정을 북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며 이 시나리오를 ‘매우 강력한 카드’라고 지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간 안보와 무역을 연관지어왔던 트럼프가 사실상 한미 FTA를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하도록 압박하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즉,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또 미국 외교·안보 핵심 그룹 내에선 한국이 한미일 공조 구도보다 북한과 먼저 합의를 볼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WSJ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이미 부드럽게 완결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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