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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경호 논란, 문 대통령의 법 무시


입력 2018.04.06 07:58 수정 2018.04.06 10: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법 통과 안됐으면 일단은 기존 법을 준수해야

대통령이 해석해놓은걸 법제처가 다시 뒤집을 수 있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법개정전까지 청와대의 이희호 여사 경호가 가능" 하다며 경호처가 이희호 여사 경호와 관련한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을 할 것을 지시했다.ⓒ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법개정전까지 청와대의 이희호 여사 경호가 가능" 하다며 경호처가 이희호 여사 경호와 관련한 법제처에 유권해석 요청을 할 것을 지시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경찰에 이관하지 말고 기존처럼 경호처가 계속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

즉, 대통령경호법 4조 1항 6호는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에 대해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여사의 신변 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감안해 청와대 경호처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동 조항에 따라 이 여사를 경호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 이전에 같은 법률가로서 문 대통령의 위와 같은 법령 해석과 지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문 대통령에게 다음의 네 가지를 묻고 싶다.

첫째, 법령 해석과 관련하여 '특별규정과 포괄적 보충규정의 관계' 문제다.

먼저 정확한 이해를 위해 청와대경호법의 관련규정 전체를 살펴보자.

제4조(경호대상) ① 경호처의 경호대상은 다음과 같다.

1. 대통령과 그 가족

2. 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

3.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다만,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한 경우와 재직 중 사망한 경우의 경호 기간은 그로부터 5년으로 하고,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 기간은 퇴임일부터 기산(起算)하여 10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망 후 5년으로 한다.

4. 대통령권한대행과 그 배우자

5.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 또는 행정수반(行政首班)과 그 배우자

6.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

② 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른 가족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제1항 제3호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처장이 고령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5년의 범위에서 같은 호에 규정된 기간을 넘어 경호할 수 있다.  

결국 위 규정에 의하면 퇴임한 대통령과 배우자는 퇴임 후 10년간 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할 경우 1회에 한해 5년 연장할 수 있음이 명확하다.

6호의 경우 포괄적 보충적 규정으로서 대통령과 배우자 등 5호까지 규정된 사람을 제외하고 '그 밖'의 사람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분명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명확한 특별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보충규정으로 이를 회피하려는 것은 법령해석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둘째, 김영삼 (YS)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나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손명순 여사의 경우 법에 따라 당연히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고, 전두환, 노태우 등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이희호 여사만 예외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이 여사의 신변 안전이 갖는 중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이 여사가 진보·민주 정권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 할지라도 경호까지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아무리 이 여사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적인 인물이라해도 경호까지 '내로남불'식으로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말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이 여사가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행법 해석으로도 15년이 지나 경호가 가능하다면 왜 굳이 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냐의 문제다.

이 여사의 경우 DJ가 2003년 퇴임한 뒤 15년이 지나 지난 2월 24일로 경호 기간이 끝난 상태다.

이 때문에 경호처는 지난해 10월 경호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지난 2월 22일 국회 운영위는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 등은 이미 경호 기간이 만료된 점을 들어 개정안 처리에 제동을 걸었고, 이 때문에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경위를 볼 때 문 대통령의 말처럼 '(운영위가 통과시켰는데도) 법사위에서 심의·의결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심대한 유감을 표할 수는 있어도 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상 일단은 '기존 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이 통과되지 않았음에도 견강부회(牽强附會)식 해석을 통해 실제 법이 통과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려는 것은 '법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입법행위'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경호처는 해당 조항의 의미에 대한 해석 논란이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 문의해 유권해석을 받기 바란다”고 지시했는데 과연 법제처가 '현직 대통령이 이미 해석한 사항'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 기대 가능한지의 문제다.

법제처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하급관청이다.

그런데 과연 상급관청인 대통령이 이미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 기대 가능한가?

현 정부의 행태를 경험적으로 보면 하급관청인 법제처는 결국 대통령 의중에 맞춘 '코드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 아닌가?

결국 이는 사후의 직권남용이나 불법성 논란을 방어하기 위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國無常强 無常弱(국무상강 무상약)'',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奉法者强 則國强(봉법자강 즉강국), 奉法者弱 則國弱(봉법자약 즉약국)'',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해지면 나라가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사람이 약해지면 나라가 약해진다.''

한비자(韓非子), '유도편(有度篇)'의 구절이다.

대통령, 청와대부터 법을 받들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나라가 강한 나라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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