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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9, 기아차 플래그십 '오욕의 역사' 청산할까


입력 2018.04.03 15:45 수정 2018.04.03 16:14        박영국 기자

제네시스 대비 대중차 브랜드 한계…가격 경쟁력은 우세

왼쪽부터 권혁호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 박한우 사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사장, 이종욱 총괄PM담당 부사장이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엔탈 서울 파리나스에서 THE K9 출시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왼쪽부터 권혁호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 박한우 사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사장, 이종욱 총괄PM담당 부사장이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엔탈 서울 파리나스에서 THE K9 출시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제네시스 대비 대중차 브랜드 한계…가격 경쟁력은 우세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수입차 방어’의 임무를 띠고 출시됐다가 월 100여대 수준의 군소 모델로 전락했던 K9이 6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를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기아차는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THE K9의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판매에 돌입했다.

이날 기아차는 THE K9의 장점으로 ▲기품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외장 디자인 ▲운전자와 교감할 수 있는 고급스럽고 감성적인 실내공간 ▲국산 고급차 최고수준의 첨단 주행신기술과 지능형 감성 편의사양 ▲파워풀한 주행성능, 단단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성 및 강화된 안전성 등을 꼽았다.

국내 판매목표는 올해 1만5000대, 내년 2만대로 잡았으며, 지난달 20일 사전계약 시작 이후 영업일 기준 열흘간 2000대가 계약됐다.

이번에 출시된 THE K9은 2012년 출시된 K9 1세대 모델의 뒤를 잇는 2세대 모델이다.

◆1세대 K9, '독일차 킬러' 임무 실패…월 100대 군소 모델로 전락

K9 1세대 모델은 6년 전 출시 당시 기존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오피러스의 대체 차종으로 출시되며 당시 국내 시장을 잠식해오던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서 고급차 소비층을 방어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당시 대형 플래그십 세단은 ‘쇼퍼드리븐(주인이 뒷좌석에 앉는 차)’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던 상황에서 ‘오너드리븐(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 시장을 겨냥한 것도 프리미엄 수입차 소비자들이 운전 재미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출시 초기 기아차는 K9의 국내 월 판매량을 2000~2500대 가량으로 예상했다.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나온 예상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판매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신차 효과가 집중되는 첫 3개월간 판매실적부터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1500대 내외에 불과했고, 이후로는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다 단 한 번도 월 1000대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월평균 400여대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2014년에는 300여대로 떨어졌다. 2014년 11월 일부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로 출시했지만 떨어진 인기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고, 2015년 실적도 2014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차에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킨 이후인 2016년 K9의 월평균 판매실적은 200여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월 100대를 넘기기도 힘겨운 군소 모델로 전락했다.

1세대 K9의 실패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현대차 에쿠스 및 제네시스(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전의)와의 직접적인 판매 간섭을 피하기 위해 두 차종의 중간 정도에 걸쳐놓은 애매한 포지션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오너드리븐’ 모델을 표방하고도 오너드라이버들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5년 11월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이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산하 모델들과 비슷한 가격대면서도 대중차 브랜드를 달고 있는 K9의 위치가 더욱 애매해지는 상황이 됐다.

◆2세대 THE K9, EQ900급 덩치·배기량에 G80 이하 가격

이번에 출시된 2세대 THE K9은 기아차 내부적으로는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게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안전·편의사양, 감성품질 면에서 ‘프리미엄한 가치의 정수’를 담았다고는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제네시스 브랜드 산하 모델들과의 충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포지셔닝 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차체 크기를 키우면서 제네시스 G80(옛 제네시스)와의 격차를 벌리고 EQ900(옛 에쿠스)에 가까운 덩치를 지니게 됐다.

THE K9의 차체 크기는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 3105mm로, 구형 K9 대비 전장은 25mm, 전폭은 15mm, 축거는 60mm 늘었다.

이로써 EQ900(5205×1915×1495×3160)과 대등한 수준의 외양과 실내공간을 갖게 됐으며 G80(4990×1890×1480×3010)보다는 확연히 커졌다.

엔진 라인업은 3.3 가솔린 모델을 없앤 대신 3.3 가솔린 터보 모델을 추가했다. 여기에 3.8 가솔린 모델과 5.0 가솔린 모델까지 총 3개 모델을 운영한다. 이는 EQ900과 동일한 엔진 구성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변화를 줬다. 3.3 가솔린 모델이 사라지며 새로 엔트리 모델 역할을 담당하게 된 3.8 가솔린 모델은 기본 트림을 기존보다 300만원 낮은 5490만원으로 책정했다.

3.8 가솔린 모델 기본 트림끼리 가격을 비교하면 제네시스 G80(6390만원)보다 900만원 저렴하다.

여기서 K9의 포지션이 확연해진다. 차체 크기와 배기량은 EQ900급이고, G80보다 상위에 있지만 가격은 EQ900은 물론, G80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중차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로서 고급차 브랜드에 필적하는 실내공간과 동력성능, 편의사양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게 K9의 역할인 것이다. 5000만원대 이상의 고가 차량에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산차의 고유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용 법인차나 고위공직자용 의전차 시장에서는 확실한 위치를 구축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직급별로 허용되는 가격이나 배기량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기한다면 더 큰 차체와 더 높은 출력을 제공하는 차종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다만 이같은 공식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예산이 고정됐다는 전제 하에 브랜드보다 더 넓은 실내공간과 고출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G80보다 K9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각종 편의사양과 감성 품질은 K9도 차고 넘칠 정도로 제공한다.

기아차가 THE K9의 판매 목표로 잡은 올해 1만5000대, 내년 2만대는 월로 환산하면 1667대 정도다. 1세대 K9 출시 당시보다 다소 보수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고급차 시장이 녹록치 않아졌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구형 K9 판매실적이 연간 1553대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이정도 목표만 달성해도 기아차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THE K9이 과거 1세대 모델이 보인 부진에서 벗어나 플래그십 세단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K시리즈의 최상위 라인업을 상징하는 ‘9’라는 숫자의 존폐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THE K9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기아차는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 론칭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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