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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환율양보 논란?…한국판 플라자합의 우려도 제기


입력 2018.03.30 15:59 수정 2018.03.30 16:20        이소희 기자

미국 측 “외환포함 세 가지 성과” 자랑, 한국 “FTA와는 별개로 협의” 주장

양측 상반 주장에 “형식만 다를 뿐 전체 틀 속 환율협의는 사실” 우려 증폭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양국이 철강, 관세와 함께 환율협상도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서는 환율관련이 빠져 있는 반면, 2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외환시장 개입 억제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마무리 단계’라는 공식적 발표에 따라 ‘환율 이면합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9일 “이번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처음에 환율문제와 연계하려고 시도했지만 환율은 민감한 문제여서 ‘국민 감정상 FTA와의 연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율협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FTA 협상과의 연계는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FTA 2차 개정협상 진행. ⓒ연합뉴스 한미FTA 2차 개정협상 진행.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FTA 협상과정 중 환율협상을 거론하면서 이를 공식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어떤 형태로든 진행됐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발표대로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억제를 MOU 등 문서로 약속하게 된다면 미국이 엔화를 강제로 평가절상해 일본의 경제불황을 촉발한 1985년 플라자합의의 한국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미국의 재정지출 유지 정책으로 심각해진 무역수지 적자에 따른 세계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G5의 재무장관들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해 달러 강세현상을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플라자합의로 인헤 일본은 엔고에 따른 버블 붕괴 등의 타격을 받았으며 2010년대 이후까지 장기불황이 야기되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형식적으로는 FTA 세부협상과 별개로 진행하되, 전체적인 협상의 틀에서 환율까지 포함해 진행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이 문제가 됐던 철강 관세면제를 얻어내는 대신 자동차 분야와 환율문제에 대해서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협상은 주고 받아야 하고 환율은 무역수지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완전 별개로 치부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또한 ”한국과의 협상은 철강과 외환, FTA 세 분야에서 이뤄졌다. 세 분야 협상이 타결된 역사적으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해 이 같은 분석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미국 측의 발표는 FTA 타결에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미국 내부용이며, 협의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통상적인 협의라면서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월 발표되는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기 위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외환시장 개입 금지에 대한 양 측 간의 논의 지속과 합의는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독일·스위스를 환율 관찰대상국에 지정해놓고 있는 상태다.

무역갈등에 따른 코스피 하락.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역갈등에 따른 코스피 하락.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때문에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과의 환율조작 금지 합의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뿐 아니라 관찰대상국 등을 상대로 환율개입 금지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독일과 스위스는 대미 무역규모가 크지 않고 달러화 영향권이 아니어서 한국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번 ‘환율 이면합의설’은 당초 양 측 정부가 다른 말을 하면서 빚어낸 결과이며, 아직까지도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확실하고 분명한 내용 대신 사실부인과 불명확한 설명이 적지 않은 우려와 필요 이상의 억측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수출업체의 약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추구하고 있는 태도를 쉽게 버리지 않을 전망이어서 한국 정부의 환율 정책 무력화 시도는 시기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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