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순재 "돈 좇기보다 내실 있는 배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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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인터뷰] 이순재 "돈 좇기보다 내실 있는 배우 돼야"
    영화 '덕구' 노개런티 출연
    "좋은 작품 만나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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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3-31 08:32
    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영화 '덕구'의 주연 배우 이순재는 "진솔한 이야기에 끌려 출연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덕구' 노개런티 출연
    "좋은 작품 만나는 게 중요"


    국민 배우 이순재(82)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중이 선호하는 배우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60년 넘는 연기 인생 동안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1956년 서울대 철학과 3학년 때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그는 1960년 극단 실험극장의 창단 멤버로 소극장 운동에 참여했다. 1964년 TBC가 개국하면서 브라운관에도 얼굴을 비쳤다.

    이후 '사랑이 뭐길래'(1991), '허준'(1999), '이산'(2007), '엄마가 뿔났다'(2008),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욕망의 불꽃'(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2012), '무자식 상팔자'(2012), '꽃보다 할배 유럽 & 대만편'(2013~2014), '꽃할배 수사대'(2014),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2015), '그래, 그런거야'(2016), '돈꽃'(2017) 등에 나와 왕성하게 활동했다.

    '돈키호테', '아버지', '사랑별곡', '세일즈맨의 죽음', '사랑해요 당신',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지금까지 연극·영화·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300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한 이순재는 교단에도 서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만인의 배우' 이순재를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 홍보차 나온 그는 시간 30분이나 일찍 인터뷰장에 도착했다. 이날 인터뷰 첫 타임에는 무려 18개 매체가 참석했다. 국민 배우는 국민 배우였다.

    그가 나온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는 인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감동을 선사한다. 이순재는 '덕구 할배'가 돼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한다. 손자, 손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순재의 연기는 진짜다. 관객들이 장면마다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 영화 '덕구'의 주연 배우 이순재는 "돈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순재는 "잔잔하면서도 앞뒤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는데, 특히 덕구 할배가 손주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방수인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방 감독은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담백하면서 깔끔하다.

    신인 감독과 함께한 이순재는 "방 감독이 직접 썼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다"며 "시나리오와 연출을 모두 맡은 감독과의 작업이 굉장히 편했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집 나간 며느리를 다시 만난 장면이다. 손자, 손녀들을 위해 며느리를 찾아 인도네시아까지 간 그는 한국에서 며느리와 다시 마주한다. "왜 이제 왔느냐"며 눈물을 쏟는 장면이 가슴을 친다. "많은 의미가 함축된 장면이에요. 배신감을 느꼈던 며느리가 온 장면이었는데 참 감동이었죠."

    영화 주연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나이 먹은 할아버지"라며 "TV에서도 뒷전이다. 그래도 연극은 계속하고 있다"고 웃었다.

    손주들을 위해 허드렛일을 하는 캐릭터라 분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늙은 모습이 다 나오니까. 우리 마누라가 섭섭해했지."

    이순재는 '덕구'가 저예산 영화인 터라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많이 줄 것 같지도 않았어. 허허. 배우는 좋은 작품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최상이야. 행운이지. 요즘은 출연료가 많이 뛰었는데 출연료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 근데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가 활동할 땐 돈보다는 작품과 역할에만 집중했어. 돈은 원해도 얼마 못 받으니까. 1년에 5~6편을 찍고, 하루에 촬영장 네 곳을 왔다 갔다 하기도 했지."

    ▲ 영화 '덕구'의 주연 배우 이순재는 "다양성이 있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우가 생각하는 훌륭한 작품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관객과 시청자들이 얼마나 감동하고 호응하는가가 관건"이라며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서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김수현 작가한테 '막장' 쓰지 그랬어라고 했지. 하하. 김 작가가 화를 내더군. 절제가 필요하다는 얘기야.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게 최선이야."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그랜드 파더' 박근형 등 요즘엔 원로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 '덕구'도 그렇다. 젊은 배우들, 자극적인 스토리가 판치는 영화계에서 노익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꽤 반갑다.

    이순재는 "다양성이 공존해야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많아진다"며 "근데 요즘엔 유행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긴다. 영화는 예술이냐 흥행이냐의 문제인데 우리가 활동할 때는 모든 영화가 명작이었고, 예술이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재는 극 중 덕구와 덕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정지훈, 박지윤가 호흡했다. 언론 시사회 당시 이순재는 아역에 대해 "덕구는 아역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인데 아역 배우가 정말 잘했다"며 "덕희는 대사 없이 표현하는 감정이 깨끗하고 정확하다. 두 아역 배우가 진솔하게 연기를 잘해서 작품에 큰 보탬이 됐다"고 칭찬했다.

    그는 "정말 잘하는 아역 배우"라며 "내가 아역 배우들과 많이 작업했다. 송승환, 안성기, 윤유선 등 아역 때부터 봐왔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는 또 연기가 공동의 작업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상황이 생길 때면 딱 한 마디 한단다. "예전엔 선후배 상하관계가 정말 엄격했다고. 근데 지금은 예전보다는 아니지.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상황을 보면 한 마디해. 항상 늦게 오는 까막득한 후배가 있었는데 뭐라고 했지. 그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배우를 감싸는 사람들이 문제였어."

    ▲ 영화 '덕구'의 주연 배우 이순재는 "실력만 있다면 대기만성할 수 있다"고 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순재가 추구하는 배우상은 돈을 좇기보다 실력 있는 배우다. 실력만 있다면 늦게라도 빛을 본다. 반대로 돈만 좇는다면 CF 스타가 된다. 이는 그 배우의 선택이다. "요즘은 작품 하나로 '빵' 뜨잖아. 100억대 빌딩도 사고. 난 평생 했는데도 2층짜리 빌딩 하나 없어. 돈을 좇는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닌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야. 이병헌 봐봐. 내실이 있잖아. 최민식, 송강호도 잘하고. 김명민도 참 잘하더라고. 내가 활동할 때는 돈을 못 받았으니깐 연기에 미친 사람들만 여기에 뛰어들었어. 내가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90% 사람들이 반대했어. 근데 요즘엔 (연기 활동에서) 무언가 다른 희망을 보더라고."

    연극 무대에서도 활동하는 그는 "돈 생각하면 연극 못 한다"며 "돈 말고 의미가 있어 연극을 하는 거다.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작품에서 성과를 내고 의미나 목적을 찾으면 만족한다"고 했다. 실력 있는 배우라면 평생 할 수 있다는 게 배우의 지론이다.

    60년 넘게 연기해도 스스로 아쉽거나 부족하다고 느낄까. 겸손한 대답이 나왔다. "연기는 끝과 완성이 없어.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지. 배우는 작품만큼 하는 배우, 작품에 못 미치는 배우, 작품을 넘는 뛰어난 배우가 있어. 작품 위에서 캐릭터를 표현할 때 독창성이 나오지. 배우에겐 이 경지가 필요해. 사람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잖아. 햄릿이 다 다르게 나오는 이유지. 창조 의지를 갖고 끊임 없이 연기해야 해. 만족할 때도 불만족할 때도 있지.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거야."

    80이 넘는 나이에도 자기 관리가 뛰어난 배우에게 물었다. 병원 신세를 진 적 없는지.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건강, 체력 괜찮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어(웃음)."[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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