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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출신 사장 속속 입성…생보사 '한숨'


입력 2018.03.28 06:00 수정 2018.03.28 06:36        부광우 기자

KB생명·하나생명·DGB생명·IBK연금 새 CEO 모두 은행人

전문성 우려 목소리부터 낙하산 논란까지…볼멘소리 솔솔

허정수(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KB생명 사장과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 김경환 DGB생명 사장, 장주성 IBK연금 사장,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각 사 허정수(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KB생명 사장과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 김경환 DGB생명 사장, 장주성 IBK연금 사장,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각 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에 속해 있거나 대형 은행을 식구로 둔 생명보험사들의 새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일제히 은행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들의 보험업계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낙하산 논란마저 불거지는 현실이다. 사업 다각화를 외치면서도 결국 깨지지 않는 은행 중심의 국내 금융 문화를 둘러싼 생보업계의 볼멘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은행을 소유한 금융그룹 내에 있거나 은행의 직접 계열사인 생보사 가운데 올해 CEO가 교체된 곳은 KB생명과 하나생명, DGB생명, IBK연금 등 4곳이다.

이들 생보사의 새 수장들은 하나 같이 은행 출신이었다. 허정수 KB생명 신임 사장은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호남지역본부장과 재무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치며 주로 은행에서만 실무 경험을 쌓았다. 보험업계 경력은 2015년 KB손해보험에서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것이 전부다.

특히 전임 CEO인 신용길 전 사장이 대표적인 보험통 인사였다는 점에서 허 사장의 이 같은 발자취는 더욱 대비를 이룬다. 신 전 사장은 대학 졸업 후 교보생명에 입사해 같은 회사 사장까지 지낸 뒤 KB생명으로 영입됐던 보험 전문가 출신이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하나생명의 새 CEO가 된 주재중 사장 역시 이력 대부분이 은행과 관련돼 있다. 주 사장은 지금은 KEB하나은행과 합쳐진 구(舊) 외환은행에 1983년 입사하며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외환은행부터 하나은행에 이르기까지 KPI탐장과 오사카 지점장, 동경지점장, 기획관리그룹장 등을 지냈다. 보험업계 경력은 2016년 하나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후 2년 정도에 불과하다.

김경환 DGB생명 신임 사장은 같은 DG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에서 영입된 케이스다. 김 사장은 1978년 대구은행에 입사 후 구미영업부장과 경북희망본부장, 경북서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김 사장은 DGB생명이 2015년 DGB금융에 편입된 이후 첫 대구은행 출신 CEO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임자인 오익환 전 사장의 경우 교보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한화생명에서 근무했던 보험 전문가였다.

장주성 IBK연금 신임 사장도 1982년 IBK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줄곧 은행에만 몸담아 왔다. 장 사장은 기업은행에서 기관고객부장과 검사부장, 신탁연금본부장, 카드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신임 CEO는 아니지만 올해 연임에 성공한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도 은행 출신 수장으로 분류되는 사례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서 사장은 2012년 NH농협은행 소속이 된 이후 2016년 부행장이 되기까지 은행인으로서의 이력을 쌓아 왔다.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 소속 생보사 CEO 중 보험 전문가로 볼 수 있는 인물은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정도다. 삼성생명 출신으로 2001년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기며 임원 배지를 달았고 2016년부터 사장직을 수행 중이다.

이 같은 은행 출신 인사들의 CEO 장악을 둘러싸고 생보업계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새나온다. 금융권별 특성과 무관하게 은행 출신 인사들이 계열사 수장을 싹쓸이하는 모습은 전문성을 배제한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국내 금융 산업의 특성 상 은행이 금융그룹 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하산 인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계의 경우 짧게는 재무 부담을 키울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부터 길게는 저성장과 고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에 이르기까지 명운을 걸고 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의 능력이 중요한 시점에 은행 출신 CEO 선임이 적합한지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계열사 강화와 은행 쏠림 현상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최근 수장 인사를 보면 말로만 한 식구일 뿐 실세는 여전히 은행임을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보험사에 소속된 입장에서 은행에서 내려오는 CEO는 낙하산 인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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