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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 선언 타이어뱅크, 현실성 있나?


입력 2018.03.27 10:33 수정 2018.03.27 10:59        박영국 기자

"전자랜드가 삼성전자 인수하겠다는 꼴"

'인수 의지 없이 홍보효과 노린 행보' 의혹도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자랜드가 삼성전자 인수하겠다는 꼴"
'인수 의지 없이 홍보효과 노린 행보' 의혹도


타이어 유통 업체인 타이어뱅크가 채권단이 제시한 ‘법정관리 데드라인’ 사흘을 앞두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오전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이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국민 여론과 노조, 채권단의 생각을 들은 뒤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금융권과 타이어 업계에서는 타이어뱅크의 숨겨진 의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데다, 인수 여력이나 인수 후 경영 의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절차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아무 움직임도 없다가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법정관리 혹은 매각 여부가 달린 채무만기 마감시한으로 설정한 30일을 사흘 앞두고 갑자기 국민 여론과 노조, 채권단의 생각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타이어뱅크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을 포함한 제3자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지 못했고 그 실체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채권단이 노사 자구안 합의를 통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혹은 (자구안 합의 불발시)법정관리라는 스케줄을 짜 놓은 상태에서 타이어뱅크가 인수전에 뛰어든들 판을 엎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설령 절차상의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5% 인수 대가로 제시한 금액은 6463억원으로, 타이어뱅크의 2016년 매출(3729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도 감사보고서상의 타이어뱅크의 자본금은 1억원, 자본총계는 1467억원 규모다.

지분 인수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더라도 금호타이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중국 법인의 부실화 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투자여력까지 감안하면 현실성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통 업체가 제조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전 타이어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통 채널로, 특정 제조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경우 기존 체제가 유지되겠느냐는 것이다.

타이어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 측면에서나 구조 측면에서 볼 때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전자랜드가 삼성전자를 인수하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점을 들어 타이어뱅크가 애초에 금호타이어 인수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에 단독 응찰했다가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든 낮은 금액을 적어내 입찰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포기한 것과 같이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막대한 홍보효과를 얻은 사례를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실성이 있건 없건 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기업이 인수를 추진한다고 하면 정치권에서 호응할 것이고 당분간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서 “이후 구체적인 인수 조건이나 실사 과정에서의 문제 제기 등으로 딜이 무산된다면 타이어뱅크는 비난을 받긴 하겠지만 큰 돈 안들이고 막대한 브랜드노출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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