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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이순재, 그 존재만으로…눈물 펑펑 '덕구'


입력 2018.03.28 08:53 수정 2018.03.28 08:56        부수정 기자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

"요즘 보기 힘든 사랑"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순재 주연 영화 '덕구' 리뷰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휴지와 손수건은 필수다. 국민 배우 이순재 주연의 영화 '덕구' 이야기다.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지만, 카메라가 담은 덕구네 가족은 반짝반짝 빛나고 특별하다.

일곱 살 덕구(정지훈)는 할아버지 슬하에서 어린 여동생 덕희(박지윤)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인도네시아 엄마는 덕구 곁에 없다. 마을에서는 '죽은 남편의 목숨 값을 갖고 도망친 외국인 며느리'로 추문에 올랐지만 덕구의 기억 속 엄마의 마지막은 할아버지 손에 모질게 내쫓긴 모습이다.

덕구는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고, 남들이 다 있는 로봇 장난감도 사주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마냥 야속하고 창피하다.

자신에게 웅변을 시키고, 원하지도 않는 대통령이 되라고 강요하는 할아버지가 못마땅하다. 장손의 의무라며 얼굴도 알지 못하는 집안 어르신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게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한편 덕구 할배는 어린 손자들을 키우기 위해 일흔의 나이에도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돈을 번다. 어려운 형편에도 바르게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애쓰는 그에게 자기 몸 아픈 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의사로부터 남아 있는 날이 얼마 없음을 전해 들은 덕구 할배는 남은 시간 손자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하기로 한다.

'덕구'는 너무나 소중하지만 쉽게 지나치는 가치,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을 길어 올리는 작품이다. 가족의 가치가 희미해지고, 개인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요즘, '덕구'는 나를 위해 희생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힘들고 지칠 때, 가족만은 내 편이 되어주고 곁에 있다는 믿음도 보여준다.

이준익 사단의 방수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달마야, 서울 가자'(2004), '왕의 남자'(2005), '뷰티풀 선데이'(2007)의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방 감독은 "아이, 노인 등 약자를 보호하는 게 어른의 의무인데 요즘 이런 의무를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당연한데도 당연시 되지 않는 세상을 짚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엄마가 줄 수 있는 사랑의 방법이 다른 지점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세상을 함께 버텨내고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 나의 친구들,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며 "영화를 본 후 내가 닮아가는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를 보내게 되는 작은 기적의 순간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인간을 바라보는 방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다. 방 감독은 8년에 걸쳐 전국을 돌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해가며 글을 썼다. 드라마틱하거나 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또 진심이 깃든 이야기가 뭉클하다.

영화는 또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방 감독은 덕구와 덕구 할배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슴을 친다. 경쾌한 극이지만 장면마다 눈물이 나온 이유다. 덕구·덕희가 할배와 헤어지는 장면, 할배가 '다 내 잘못'이라며 우는 장면, 할배가 덕구의 그림자를 손으로 만지는 장면 등에선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다문화 가정 사회를 진중하게 들여다본 점도 칭찬할 만하다. 대학교 때 필리핀 친구가 있었다는 방 감독은 "인종차별이 심한 한국에서 사는 다문화 가정의 2세들에게 '너희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희망을 주고 싶다"며 "다문화 가족을 '낯설다'고 해석하고 싶지 않았고, 가족의 소중함이나 다문화의 미래, 가족애의 위대함 등을 단 한 편의 영화로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로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이순재 주연의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남은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주)영화사두둥

국민 배우 이순재가 덕구 할배로 분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한다. 노개런티 출연이다. 이순재는 "'덕구'는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라며 "요즘 나오는 작품엔 사랑 이야기가 없는데 '덕구'엔 우리의 일상 속 사랑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모처럼 내가 극의 90%를 담당한 영화라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웃은 뒤 "특별히 한 연기는 없고,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이다. 편안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또 "모정만큼 깊고 진솔한 감정이 없다"며 "이 영화는 모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고 했다.

덕구와 덕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정지훈, 박지윤의 연기도 놀랍다. 두 배우는 극의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담당한다. 덕구와 덕희가 울 때면 관객도 같이 슬프고, 웃을 땐 같이 행복하다. 정지훈은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이순재는 아역에 대해 "덕구는 아역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인데 아역 배우가 정말 잘했다"며 "덕희는 대사 없이 표현하는 감정이 깨끗하고 정확하다. 두 아역 배우가 진솔하게 연기를 잘해서 작품에 큰 보탬이 됐다"고 칭찬했다.

4월 5일 개봉. 91분. 전체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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