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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국회發 ‘단계적 개헌’ 모델…청와대 움직일까


입력 2018.03.27 05:00 수정 2018.03.27 08:30        이슬기 기자

무쟁점 헌법개정안 ‘연내통과’ 시나리오 대두

정세균 “여야 합의 불발 땐 단계적 개헌 고려”

무쟁점 헌법개정안 ‘연내통과’ 시나리오 대두
정세균 “여야 합의 불발 땐 단계적 개헌 고려”
한국당 “민주당 자체 개헌안 갖고 와야 협상”
靑 “투표 시기 못 바꿔”…의장 중재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26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26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 국면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한 ‘단계적 개헌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권력구조와 같은 쟁점은 남겨두고, 무쟁점 사안으로라도 일단 합의안을 만들어 올해 안에 통과시키자는 시나리오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27일부터 개헌 협상에 착수키로 26일 합의했다. 여야3당 교섭단체 대표가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혁, 개헌안 투표일을 의제로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까지는 멀기만 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당장 발의 시기부터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협상 가능 여부조차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 후보가 ‘동시 투표’를 공약한 만큼,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간 청와대가 3월 26일을 ‘대통령의 시간’으로, 5월24일을 ‘국회의 시간’으로 천명하고 개헌안 발의를 준비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개헌안 발의 후 국회는 60일 이내, 즉 5월24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칠지 여부를 표결해야 한다.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 개헌안은 6월13일 국민투표에 부쳐지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폐기된다.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전제로 역산한 시간표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 헌정특위 활동 시한인 6월까지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안을 발의하고, 10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일정을 제시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선거용 개헌’이라며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특히 야당은 이번 협상의 전제가 ‘대통령 개헌안’이 아닌 ‘국회 합의안’임을 분명히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아예 민주당의 독자적인 개헌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대통령 안이 곧 민주당 안’이라는 입장인데, 국회에서 개헌안을 만들려면 민주당 안을 갖고 와야 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면 국회는 손을 못 댄다. 그건 협상하지 말자는 거다. 민주당이 독자적 개헌안을 갖고 와야 협상한다”고 못박았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26일 오후 국회 입법차장실에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26일 오후 국회 입법차장실에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무쟁점 조항만 ‘연내 통과’ 대두

상황이 이런 만큼, 급한 대로 ‘연내 통과’에 방점을 찍은 중재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가 4월까지 합의해 개헌안을 만들어 6월 지방선거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쟁점을 뺀 나머지 합의안만이라도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단계적 개헌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또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 달 내로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 내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시기는 조절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정부안과 각 당의 안을 절충해서 국회가 합의안을 내면 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자치분권이나 기본권 등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권력구조나 선거제도개편 등 쟁점 사안은 나중으로 미루는 ‘단계적 개헌’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개헌 투표가 불발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반(反)개헌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고, 책임론에 발목이 잡힌다. ‘지방분권을 막았다’는 여론은 가장 큰 부담요소가 된다. 실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개헌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한다”며 스스로 부담감을 드러내왔다. 따라서 한국당에게도 ‘단계적 개헌’은 고려해봄직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가 개헌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 과정을 좀 더 거쳐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협상을 해서 10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도 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여당이 단순히 청와대 개정안을 소개하는 거수기 역할이 아닌 국회 주도하에 같이 하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회가 합의를 할 수 있다면 뭣하러 투표 시기를 늦추느냐. 당연히 지방선거와 같이 실시하는 게 맞다”며 “기존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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