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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투기세력 넘쳐나는데…김현미 국토장관 "주택시장 안정"


입력 2018.03.22 06:00 수정 2018.03.22 06:11        이정윤 기자

“집값 상승‧하락 반복하며 올라…현재 극도로 혼란한 상태”

부자 투기판‧편법 증여로 물들어 버린 청약시장…일부 문제?

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특별공급을 넣으려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현대건설 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특별공급을 넣으려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렸다. ⓒ현대건설

강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청약광풍이 몰아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장관은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지난 연말·연초에 많이 과열됐는데 지금은 재건축 단지나 전세 시장 등이 안정화돼 간다”며 “로또청약으로 불거진 강남 분양시장의 과열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무책임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장 정상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투기에 있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최근 청약시장은 자금력이 달리는 수요가 차단되면서 가진자들만의 투기판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현상’으로 치부한 국토부 장관의 발언은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판단할 땐 집값 변동이 추세적인 건지 단순한 이벤트성인 건지 구분할 수 있는 이해도가 필요하다”며 “더군다나 집값이란 것은 직선으로 쭉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부자들의 투기판’이 돼버려 일반 수요자들은 접근조차 차단된 상태다. 이 단지는 특별공급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 19일 특별공급 청약을 받은 이 단지는 총 458가구 모집에 1000여명이 몰리면서 2.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가뿐히 넘기는 일반공급과는 달리 미달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특별공급에서 이 같은 경쟁률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별공급은 정책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별공급은 기관추천,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으로 나뉜다. 기관추천은 장애인‧국가유공자‧중소기업 근로자‧철거민‧북한이탈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다. 또 신혼부부는 맞벌이 기준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라는 까다로운 소득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등 10억원이 훌쩍 넘는 주택을 선뜻 구입하기엔 쉽지 않은 수요자들이 특별공급 대상자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전용면적에 따라 적게는 9억원 후반에서 높게는 30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 단지에서 90년대 생 당첨자들도 나오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예외는 있겠지만 부유한 부모의 도움 없이 특별공급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20대 수요자가 감당하기엔 비현실적인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특별공급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청약시장이 편법 증여로 물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철저한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10억원을 받을 경우 증여세는 2억원 가량으로 예상 시세차익인 5억원을 따져봤을 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심 교수는 “연소득이 6000만원인 맞벌이 부부는 공급대상이고 7000만원인 부부는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접근 방식 자체로만 봐도 무리한 정책이라도 할 수 있다”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 규제가 너무 쏟아져 시장 상황이 꼬여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극도로 혼란한 상태가 맞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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