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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기 살려라"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특명


입력 2018.03.22 06:00 수정 2018.03.22 06:27        부광우 기자

'연봉 1원억' 돌파 실패…삼성 상장 금융계열사 중 '유일'

'1등 주의'에 좁아든 입지…새 수장 능력 발휘할까 '눈길'

구성훈 삼성증권 신임 사장.ⓒ삼성증권 구성훈 삼성증권 신임 사장.ⓒ삼성증권

삼성증권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그룹 내 주식시장 상장 금융계열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1억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성적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익 규모가 뒤쳐지는데다 직원 생산성도 제일 떨어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과거 삼성그룹의 '1등 주의' 속에서 소외감을 느껴야 했던 삼성증권 구성원들로서는 새 수장으로 영입된 구성훈 사장이 이런 상황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상장 금융계열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이었다. 전년(9600만원) 대비 6.3%(600만원) 인상된 액수다.

회사별로 보면 지난해 삼성증권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9600만원을 기록하며 삼성 금융계열사 중 홀로 1억원 미만에 머무르며 눈길을 끌었다. 1년 전(9100만원)보다는 5.5%(5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일제히 1억원을 돌파하는데 성공하며 대조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던 곳은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600만원으로 전년(9800만원) 대비 8.2%(800만원)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이 같은 급여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생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같은 기간 9800만원에서 6.1%(600만원) 늘어난 1억400만원을 나타냈다. 삼성화재는 97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5.2%(500만원) 증가했다.

같은 삼성 금융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차이가 벌어지게 된 중요한 배경은 역시 실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직원 연봉 수준이 비교적 낮았던 삼성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69억원으로 삼성카드(3849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적었고, 삼성화재(9564억원)·삼성생명(9407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구성원의 숫자를 고려해 보면 이런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해당 각 사별 당기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눠 1인당 연간 생산성을 계산해보면 삼성증권은 이 역시 1억1474만원으로 조사 대상 기업들 중 제일 낮았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직원 1인당 생산성이 1억8532만원으로 삼성생명(1억7076만원)과 삼성화재(1억5798만원)보다 높았다. 회사 이익 규모 자체는 여전히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에 크게 못 미침에도 직원들에게 왜 더 많은 연봉을 지급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증권 식구들이 그룹 내에서 좀처럼 기를 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뒷말은 오래부터 재계와 금융권에 널리 퍼져 있던 얘기다. 과거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업계에서 반드시 선두를 차지해야 한다는 1등 주의를 주입했던 탓이다. 국내 증권가에서 줄곧 상위권에는 이름을 올려 왔지만 선두까지 노리기에는 거리가 상당했던 삼성증권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의 자산 규모는 36조1686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57조4152억원)와 NH투자증권(41조9865억원), 한국투자증권(37조5451억원)에 이어 증권업계 네 번째다. 순이익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4723억원)과 미래에셋대우(4244억원), NH투자증권(3543억원), 메리츠종금증권(3001억원), KB증권(2715억원)에 이어 6위로 순위가 더 떨어진다.

반면 비교 대상인 그룹 내 다른 상장 금융계열사의 입지는 훨씬 단단한 편이다. 이미 환갑을 넘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국내 생명·손해보험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업계 선두는 아니지만 보험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계열사에 비해 수익성이 좋고, 성장을 계속하며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신임 사장에 삼성증권 직원들은 물론 증권가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점점 주식 중개를 통한 전통적인 수수료보다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한 투자 수익이 중요해지고 있는 최근 증권가의 트렌드 속에서 장기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구 사장이 삼성증권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다.

1987년 제일제당을 통해 삼성그룹에 입사한 구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금융시장 동향과 인수합병 연구를 맡으면서 자산운용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1992년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으로 옮겨 계열사 자금관리와 국제금융 업무를 맡았고 1998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에서 본격적인 자산운용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삼성생명에서 관련 경력을 쌓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등이 아니면 필요 없다는 삼성그룹의 기조와 맞물려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등 예전부터 삼성증권 직원들의 입지는 삼성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초라했던 면이 있었다"며 "추가적인 실적 개선과 장기 성장 플랜을 동시에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란 점에서 구 사장 임기 3년은 삼성증권과 그 식구들의 미래를 갈라놓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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