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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아닌 류’ 삼중고 시달리는 오타니


입력 2018.03.21 13:42 수정 2018.03.21 13:4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시범경기서 투, 타 전반에 걸친 부진 이어져

건방진 모습으로 비쳐졌던 프레젠테이션까지

시범경기서 난항을 겪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 게티이미지 시범경기서 난항을 겪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 게티이미지

LA 에인절스의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4)가 18타석 만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오타니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의 시범경기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앞서 2회 1사 1~2루 첫 타석에서 타점 기회를 맞았던 오타니는 상대 좌완 선발 로비 레이를 상대로 2루 땅볼로 물러낫다. 오타니는 3회말에도 2사 1~3루라는 또 한 번의 기회와 맞닥뜨렸지만 또 다시 2루 땅볼로 힘없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6회말에 상대한 투수는 좌완 콜린 포셰였다. 오타니는 6구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생산했고 18타석에 1루를 밟았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범타로 물러났고,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083에 불과했던 오타니의 타율은 0.107로 상승했다.

기대를 훨씬 밑도는 활약이다. 무엇보다 오타니는 힘 있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시범경기 10경기에 나왔고 28타수 3안타 1타점이 그가 받아든 성적표다. 볼넷은 3개를 얻었지만 삼진이 9개에 달해 경기당 삼진도 1개에 달한다.

투수 오타니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두 차례 선발로 나와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27.00을 기록 중이다. 평가할 수 있는 표본이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2.2이닝동안 9피안타 9실점(8자책), 피안타율 0.529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 성적표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오타니를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가 아닌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공신력이 높은 매체인 ESPN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말을 빌어 “오타니가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투타 겸업’ 선수이고 이로 인해 별명 역시 ‘이도류(二刀流)’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이 지속된다면 ‘이도류’는 ‘이도 저도 아닌 류’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어정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타니가 투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중지를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투수 쪽에서도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지닌 투수다. 여기에 제구까지 훌륭하다. 다만 문제는 직구의 구위, 즉 날카로움이 구속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오타니의 투구폼(던지기 전 손목 방향)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인 역대 포스팅 결과. ⓒ 데일리안 스포츠 일본인 역대 포스팅 결과. ⓒ 데일리안 스포츠

메이저리그 구단 및 선수들의 공분을 산 부분도 이번 시범경기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겨울 오타니가 포스팅 시스템에 참가하자 무려 27개 구단이 영입 의사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는 각 구단들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했고, LA 다저스 같은 팀들은 클레이튼 커쇼 등을 앞세워 프레젠테이션까지 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선수가 ‘슈퍼 갑(甲)’이 된 순간이었다.

결국 오타니의 선택은 투타 겸업을 보장해준 에인절스였고, 나머지 팀들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격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커쇼는 “시간 낭비였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타니는 자연스레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LA 에인절스와 맺은 계약도 불리하기만 하다. 오타니의 포스팅 액수는 미일 야구 협정에 의해 2000만 달러 밖에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입찰에 응한 이유다. 여기에 25세 미만 외국인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 액수을 제한하는 메이저리그 노사 규약에 의해 오타니는 마이너 계약을 맺었고, 올 시즌 연봉 10만 달러(ML 승격 시 최저 연봉인 54만 5000달러)를 받게 된다.

이는 오타니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더라도 크게 부담이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오타니는 선수 본인의 부족한 기량, 경솔했던 프레젠테이션, 최저 수준의 몸값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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