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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은 꽃뱀에게 당한 피해자일까


입력 2018.03.21 15:07 수정 2018.03.21 15:5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녹취록 공개에 석연찮은 1차 피해 해명 양측 모두 의혹

가수 김흥국이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30대 여성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KBS 가수 김흥국이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30대 여성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KBS

김흥국에게 지난 2016년 말에 성폭행당했다는 여성이 등장한 사건에서 네티즌은 일방적으로 김흥국을 두둔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을 ‘꽃뱀’으로 몰았다.

한 번 성폭행을 당하고도 왜 또다시 김흥국이 부르는 대로 호텔방에 갔는가가 가장 크게 제기된 의문이었다. 김흥국의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면서 사람들이 김흥국의 입장을 믿게 된 것도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흥국 측에서 여성이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바람에 ‘꽃뱀’설에 결정적으로 힘이 실렸다.

하지만 김흥국의 해명에도 의아한 구석이 있다. 여성이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김흥국 측에선 2차 사건에 대해서만 자세한 해명을 내놨다. 왜 1차 사건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지부터가 일단 의아하다. 이에 대해 1차 성폭행 자체가 없었으므로 언급을 안 한 것이라는 김흥국 측의 입장이 보도됐는데, 그렇다면 2차 성폭행도 없었다면서 2차 사건은 왜 해명했단 말인가?

김흥국 측에서 2차 사건에 대해 내놓은 해명도 미진하다. 호텔방에 여성과 둘이 있게 된 과정만 자세하게 설명하고 정작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불명확하다. 해명의 핵심이 빠진 것이다. 그저 ‘술에 취해 자다 일어나니 여성이 남아있어서 당황했다’, ‘만취해서 성관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말만 나왔다.

여성이 남아 있게 된 과정도 이상하다. 김흥국의 호텔방에서 공연 뒤풀이를 하다가 모두 가버리고 잠들어버린 김흥국과 해당 여성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지인들이 김흥국이 잠든 호텔방에 젊은 여자 한 명만 남겨놓고 일제히 가버렸다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에 대해 여성의 반박이 나왔다. 호텔방 뒤풀이에서 다 함께 밖으로 나왔는데 김흥국이 여성의 손을 잡고 끌어 해당 여성만 김흥국과 함께 다시 방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흥국은 만취하지 않았으며 김흥국의 강권으로 술을 먹어 여성 측이 만취했다고 주장했다.

김흥국의 지인도 나섰다. 올 초에 김흥국의 소개로 해당 여성을 만났고, 그 여성이 경제적 지원을 요구해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이 증언으로 여성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김흥국은 그 여성이 불순한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꽃뱀’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그런 여성을 왜 지인에게 소개해줬느냐는 점이다. 심지어 소개해주면서 김흥국이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으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꽃뱀으로 생각하는 여자를 지인에게 소개해주면서 할 수 있는 말일까? 만약 그 여성이 돈 얘기를 올 초에 해서 뒤늦게 불순한 정체를 인지했다면,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여성이 왜 1년 넘게 가만히 있었는지가 의아하다.

네티즌이 일방적으로 김흥국을 두둔하면서 여성을 공격했지만 여성뿐 아니라 김흥국 측의 주장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20일에 김흥국과 해당 여성의 육성 대화가 공개됐다. 김흥국이 “좋은 감정으로 한 잔 먹다 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 건데 나는 그거는 잘못됐다고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흥국은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일’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상하다.

또 “두 번의 자리를 했고 이렇게 하니깐. 나는 아름다운 추억,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만남이고 언제든 서로 필요하면 만나고 서로 도울 수 있고”라는 대목도 있다. ‘두 번의 자리, 아름다운 추억, 좋은 만남’이라는 것이다. 김흥국 측 주장에 따르면 두 번 째 자리에선 여성이 새벽에 왔고 김흥국은 이미 만취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 말이 맞는다면 ‘아름다운 추억, 좋은 만남’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상하다.

‘’서로 도울 수 있고“라는 대목은 마치 회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김흥국의 주장대로라면 성관계도 없었는데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우겨대는 황당한 상황이다. 성폭행 누명 쓴 사람의 반응치고는 너무나 부드럽다. 김흥국의 지인과 해당 여성이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는데, 거기선 여성이 1차 사건의 정황에 대해 설명하며 항의하는데도 김흥국의 지인이 여성의 말을 크게 부정하지 않으면서 달래듯이 이야기하는 분위기였다. 성폭행 무고를 하며 협박하는 여성을 대하는 태도로선 조금 이상했다.

네티즌은 일방적으로 여성을 공격했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그렇게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여성이 두 번째로 찾아간 것과 돈 얘기를 한 것이 꽃뱀의 증거라고 네티즌은 말하는데, 성관계를 원하진 않지만 인간적으론 좋은 인맥 관계를 원해서 만남을 이어갔을 수도 있고 돈 요구는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여성의 말에도 물론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무조건 꽃뱀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김흥국과 여성 측에서 서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각각 증거가 있다고 했다. 어떤 증거들이 나오는지 선입견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 김흥국 자신이 누구보다도 사건에 대해 잘 아는 당사자고 지금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로서 의혹 해명의 책임을 진 사람이기도 하다. 보다 적극적인 김흥국의 해명이 요청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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