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에게 김보름은 정말 마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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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11월 18일 08:58:44
    노선영에게 김보름은 정말 마녀였나
    <하재근의 닭치고tv>정신과에 입원시킬만큼 증오 한몸에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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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3-17 08:37
    하재근 문화평론가
    ▲ 노선영 인터뷰. SBS 화면 캡처

    평창 올림픽 당시 공공의 적으로 몰렸던 김보름 선수에 대해 아직도 여론이 흉흉하다. 노선영 선수 ‘블랙하우스’ 출연 기사에 김보름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 외에도 관련 기사들이 포털에 걸리면 여전히 비난의 목소리가 드높다. 심지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김보름 선수가 어머니와 함께 정신과에 입원했다는 기사에조차 증오 댓글 일변도였다.

    정말 김보름 선수가 이렇게까지 증오의 대상이 될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일까? 사람들은 김보름 선수가 엄청난 파벌 특혜를 받고 노선영 선수에게 왕따 가해를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근거가 있는 것일까?

    사건은 노선영 선수가 팀추월 대표팀이 팀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김보름 등 일부 선수가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표팀이 파벌로 갈려 일부 선수만 특혜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그리고 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 때 노선영 선수가 앞장 선 박보름 선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쳐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후에 노선영 선수가 울고 있을 때 박보름 선수 등은 그 곁을 그냥 지나쳤고, 별로 안타까워하지 않는 듯한 기색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래서 왕따 논란이 터진 것이다.

    처음부터 오해가 있었는지 모른다. 김보름 선수는 매스스타트 선수였다.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고, 그래서 올림픽 직전까지 매스스타트 훈련에 매진했다. 파벌, 왕따, 이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주 종목 훈련에 여념이 없었을 수 있다.

    여자 팀추월은 올림픽 경기 때 드러났듯이 세계적 수준과 격차가 컸고, 그래서 빙상연맹 측에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노선영 선수 입장에선 팀추월 훈련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이 서운했을 수 있는데, 김보름 선수 입장에선 매스스타트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을 수 있다. 각자의 처지가 달랐다고 이해할 수 있다.

    노선영 선수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팀추월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폭로 이후, 파벌 의혹으로 비난 여론이 폭발했을 때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점이다. 노선영 선수가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김보름 선수는 파벌 특혜의 아이콘으로 낙인이 찍혔다.

    올림픽 팀추월 경기 때 팀이 사분오열 된 것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왕따 가능성도 있고 보복 가능성도 있지만, 원래 훈련을 안 했으니 팀워크가 엉망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애초에 김보름 선수 등이 팀추월을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으로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에 컨디션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각자 적당히 주행한 결과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경기 후에 노선영 선수가 울고 있을 때 김보름 등이 그냥 지나치고 냉담하게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다. 왕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 평소 훈련도 같이 안 했기 때문에 팀추월 팀워크 자체가 모래알이어서 서로 위로해주는 훈훈한 광경이 안 나왔을 수도 있고, 김보름 등은 팀추월 종목을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에 노선영 선수의 입장에 아예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김보름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싫어했을 가능성도 있다. 매스스타트 훈련을 사람들이 파벌 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에 노선영 선수가 원인을 제공하고 방조했기 때문에 감정이 안 좋았을 수 있는데, 만약 그렇다 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지 죽을죄는 아니다.

    노선영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 할 말을 하겠다고 하더니 언론기자들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고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메달 가능성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만 했다. 이런 정도 문제의식이면 파벌 왕따 논란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히며 김보름 선수가 정신과에 입원하게 될 정도로 공격당했을 때 왜 해명해주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노선영 선수에게도 이상한 점이 있지만 네티즌에게 노선영은 약자이며 선, 김보름은 악한 가해자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정작 김보름 선수가 노선영 선수에게 무슨 가해를 했는지는 애매하다.

    김보름 선수는 왕따 논란이 터진 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거의 못 먹었다고 한다.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는데 놀랍게도 은메달을 땄다. ‘탱크’ 역할을 해주는 우리 선수도 없이 홀로 결선에 임했는데도 말이다. 이것으로 김보름 선수가 평소 매스스타트 훈련에 얼마나 사력을 다 했는지 알 수 있다. 팀추월 훈련에 소홀했던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정상 컨디션이었으면 당연히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대중의 낙인찍기로 김보름 선수는 평생 노력한 것의 결실을 놓쳤다.

    여자 팀추월 팀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대중이 많은 가능성 중에서 왕따, 파벌 문제로 단정한 데 있다. 아무 근거 없이 말이다. 차후에 왕따가 정말 있었다고 밝혀질 수도 있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대중의 근거 없는 단정으로 김보름 선수는 마녀로 내몰렸다. 대중은 정의를 실현한다고 김보름 선수에게 공분했지만, 그것이 과연 정의였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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