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골병드는 한국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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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폭탄에 골병드는 한국 산업계
    가전, 태양공, 철강, 변압기 고율 관세부과 잇달아
    FTA 재협상 통해 통상 압박 안전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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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3-15 06: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부산항에서 수출화물이 컨테이너선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현대상선

    가전, 태양공, 철강, 변압기 고율 관세부과 잇달아
    FTA 재협상 통해 통상 압박 안전장치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을 한국에 집중적으로 겨누고 있다. 가전, 태양광에 이어 철강제품, 변압기까지 잇따르는 관세폭탄에 우리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2016~2017년도에 수입한 철강후판에 대한 연례 재심에서 현대체철에 11.6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판정했다. 지난해 2015~2016년도 연례 재심 최종판정에서 2.05%로 정했던 관세를 크게 늘린 것이다.

    미 상무부는 또 최근 효성과 현대일렉트릭, 일진, LS산전 등 국내 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변압기에 대해 60.81%의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후판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부터 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서 수입한 철강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이후 매년 연장해오고 있다.

    이는 한국산 철강제품 전체에 대해 이뤄지는 25%의 관세 부과와는 별개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미국에 후판을 수출할 때 총 36.64%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철강재의 88%에 해당하는 제품에 이미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포스코가 미국에 수출하는 냉간압연강판의 경우 66.04%의 반덩핑 관세가 부과되며, 여기에 25%의 관세를 추과하면 관세율이 90%를 넘어선다.

    철강업계에서는 25%의 관세율만 감안해도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미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등 중견 철강사들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다.

    변압기 역시 국내 기업들에게만 60.81%의 고율 관세가 부과됨에 따라 다른 해외 업체들과 미국 내에서 경쟁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효성과 현대일렉트릭은 즉각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한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강화된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의해 한국산 제품에 대해 부당한 ‘불리한 가용정보(AFA·Adverse Fact Available)’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같은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다른 업종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을 FTA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다른 업종에서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3차 한미 FTA 개정협상과 함께 한국산 철강의 관세부과 면제 논의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이 “만족할 대안을 가져오면 관세를 면제해주겠다”며 철강업계를 볼모로 잡은 상황이라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 등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결론이 내려질 우려가 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 자동차에 대해 환경규제 등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다른 국가의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형평성 차원에서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혼란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무역에서 계속해서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교역 규모는 1193억달러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으며, 대미 수출(686억달러)은 3.2% 증가한 데 그친 반면, 수입(507억달러)은 17.4%나 증가했다.

    특히 수출 상위 3개 품목인 자동차는 6.4%, 무선통신기기는 17.4%, 자동차 부품은 16.1%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대비 23.2% 감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계속해서 고율 관세로 국내 산업계를 압박할 경우 전체 산업 구조적인 측면이나 고용 측면에서 충격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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