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채용비리 근절...득보다 실 많으면 안된다
금융권 휩쓸고 있는 채용비리, 해결보다는 보복행보로 눈살
디지털 금융 확대, 해외시장 개척 등 업무적 차질 우려도
"금융당국의 사정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 알수없어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 수리 직후 금융권에 불어닥친 금융당국의 사정 칼날이 더 매서워졌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금융권에 15년간 근무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이토록 회사내 긴장감이 팽팽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요즘 직원들도 모이기만 하면 "어쩌다 금융권이 타깃이 됐냐"며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해당은행에 다니는 직원들은 오히려 더했다. 본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은행 직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아는 지인들로부터 "괜찮냐"는 안부인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악성루머를 들은 고객이 찾아와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는 일도 있다며 채용비리로 인한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영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에 불어닥친 채용비리 후폭풍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금융권 종사자들의 영업환경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만연해 있는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지만 요즘 금융당국의 행보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위한 정당성과는 거리가 먼 보복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자마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하나은행 경영진을 향한 보복전을 예고했다. 그는 이자리에서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감독기관이 민간 금융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해주는 기관의 역할보다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모습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인식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금융권 홀대론이 부각됐다면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에 금감원이 하나은행을 겨냥해 꾸린 특별검사단 인원은 국·실의 10~15년차 베테랑 검사 인력 16명과 단장, 감사를 포함해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에 만연한 채용비리는 뿌리 뽑는 것이 맞지만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 생산을 위한 고민을 하기보다 금융권의 군기잡기에 매몰돼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최근 글로벌 금융권은 이미 변화의 흐름속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국내 금융권만 이에 뒤쳐지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되며 블록체인과 AI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우리나라는 금융권이 온통 채용비리와 지배구조에만 이목이 쏠려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이례적으로 글로벌 경기호황과 맞물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삼아 해외시장 개척, 디지털 금융 확대 등 할일이 많은 금융권이 금융당국에 소명해야할 자료준비와 인력 동원으로 사업계획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다. 이는 금융권의 중요한 이슈들을 챙겨야하는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자존심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간의 신경전이 우리나라 금융권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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