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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때문에..." 쌀값 고민 커지는 정부


입력 2018.03.14 15:37 수정 2018.03.14 15:44        이소희 기자

5년 단위 쌀 목표가격 설정 두고 우려와 기대 속 주무부처 장관 사직까지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 반영’ 대선 공약 반영 놓고도 부처 간 이견

정부가 5년 단위로 재설정해야 하는 쌀 목표가격 설정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향후 2012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쌀값 변동률을 올 상반기 중으로 정해야 하는데, 쌀 직불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목표가격이니 만큼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이 나오고 있고, 농업인들의 기대감, 관련 농업정책과의 상관관계, 변동가격에 따른 수급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녹록치 않은 양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 반영’이라는 사안까지 논란으로 등장하고 있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예산 당국은 물가인상률을 반영하게 되면 목표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 또 쌀 과잉생산으로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타 작물로의 전환 수요가 떨어질 것이라는 문제 상황에도 직면해 있는 것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말까지 쌀 생산조정제 일환으로 타작물 전환 농가 신청을 받았지만 농가의 참여율이 10%에 못 미치는 극히 저조한 상태로, 오는 4월 20일까지 신청기간을 연장하는 등 작물 추가와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참여를 유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에서 농민들이 벼 등급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비축미 수매현장에서 농민들이 벼 등급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농가 입장에서는 쌀 목표가격 인상이라는 기대감과 대선 공약인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 굳이 불안정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다른 작물로 전환해야하는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다. 벌써부터 쌀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쌀을 비축해두는 등 당장 하반기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농정전략연구소도 ‘쌀 목표가격 재설정과 쌀 변동직불제 개편’이라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쌀 변동직불제는 쌀의 수취액을 안정시켜 쌀 재배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므로 생산유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생산과잉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상품목을 확대해 쌀에만 적용되던 수취액 안정 효과를 여러 작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물가상승률 반영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공식대로 목표가격을 설정하자는 견해를 덧붙이기도 했다.

기존의 공식으로 계산하면, 쌀 목표가격은 기존 목표가격 80㎏ 기준 18만8000원에 최근 5년(2013~2017년산)과 직전 5년(2008~2012년산)의 쌀값 변동률을 대입해 산출하면 18만8192원으로 기존 가격과 별 다르지 않다.

이에 농민단체를 비롯한 농업계는 이 같은 쌀 목표가격 산출 방식의 개선을 요구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물가상승률을 목표가격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쌀 목표가격은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기본 취지에 따라 설정돼야 하며, 물가상승률 반영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 반영에 따른 기준이 되는 지표 적용과 쌀 공급과잉을 피해갈 적정가격 설정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0만원을 넘기기에는 다소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19만원 대로 가닥이 잡혀지고 있지만 쌀 수급, 농가소득, 재정상황 등 여러 사안들을 종합해 다각도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재설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농민단체들은 21만원~24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의 경우 80㎏ 기준 21만5000원을,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는 24만원을 각각 목표가격안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정부의 공약 이행이라는 책임감에 따른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에서 농업계의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원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여러 추가대책과 제도 통합관리 요구 등 주문과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완주 의원은 지난달 21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목표가격을 높게 설정할 경우 농가소득을 충분히 보전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쌀 과잉생산구조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목표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결과 19만7000원으로 상승할 경우, 약 3400억 원의 추가적인 변동직불금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며 “목표가격 인상은 벼 재배유인을 자극해 오히려 쌀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쌀 생산조정제의 성공적인 시행이 더욱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원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에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도록 미리미리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농가소득 보장과 쌀 수급 안정이라는 구조적으로 상충되는 사안을 두고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안과 적정비용 산정이라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판국에 주무부처인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까지 이번 6.13 지방선거전에 합세하면서 수장이 빠진 농업정책이 논란을 불식시키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적정안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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