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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면세점 도미노 철수설 실현되나


입력 2018.03.13 15:11 수정 2018.03.14 16:47        최승근 기자

롯데 이탈로 사태 더욱 꼬여…형평성 논란 피하기 힘들 듯

철수 카드 꺼내들었지만 부담 여전, 공항공사 눈치 보기 급급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연합뉴스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초기에는 임대료 인하폭을 놓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지만, 최근에는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면세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또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1위 롯데에 이어 신라‧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의 도미노 철수설도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일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계약해지 승인 공문을 받았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업권(DF1, DF5, DF8)을 반납할 수 있게 됐다.

그간 높은 임대료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롯데는 매장 철수로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면세점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공항 측이 제시한 일괄 인하안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말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1870억원을 공항공사 측에 납부했다. 이는 제2터미널 개장에 따라 공사 측이 제시한 27.9%의 임대료 할인율이 적용된 금액이다.

롯데 외에 제1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은 매장 위치에 따라 인하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공사 측이 일괄 인하안을 철회하고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경쟁사인 롯데면세점의 이탈이 반갑지 만은 않은 이유다.

특히 일괄 인하안 제시 이후 공사 측과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라 업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대화 자리가 마련돼야 설득을 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거나 뭐라도 할 수 있는데 현재는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항공사 측이 일괄 인하안을 강행할 경우 철수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 철수로 사태가 더욱 꼬이게 됐다”며 “다른 사업자가 철수할 경우에도 결국 위약금이 문제다. 제2터미널 개장으로 매출이 떨어진 사업자들은 일괄 인하율이 적용된 위약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텐데 이 또한 롯데와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 측이 제시한 27.9%의 인하율이 적용된 선례가 남은 만큼 이와 동일한 기준이 다른 사업자에게도 적용돼야 하는데 이 경우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다.

제2터미널 개장으로 제1터미널 서편에 위치한 매장들은 매출이 40~5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이 제2터미널로 이전하는 4월부터는 감소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최악의 경우 매장 철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가 철수한 매장에 대한 재입찰이 곧 시작될 상황에서 공항공사 측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된 탓에 가능하면 ‘갑’의 위치에 있는 공항공사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치솟는 전세가격에 밀려 이사를 가고 싶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고, 전세가격 협상도 되지 않아 난감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에서는 면세점 매출이 줄지 않은 점을 근거로 일괄안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이 크게 늘면서 매출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지급되는 수수료도 늘어나면서 수익성은 큰 폭으로 줄었다. 현재 인하율만 가지고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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