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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근절 '올인' 금감원…흔들리는 신뢰도 어쩌나


입력 2018.03.14 06:00 수정 2018.03.14 06:42        배근미 기자

"진위 가려보자" 칼 빼든 금감원…채용비리 조사 장기화 가능성

대내외 개혁 드라이브 발목…업권별 검사 등 본연 기능 뒷전 우려

최흥식 금감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흥식 금감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나은행 특혜 채용 시비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퇴로 새국면을 맞은 가운데 감독당국이 '채용비리 근절'에 역량을 집중할 태세를 보인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원장이 주도해 온 대내외 금융 개혁드라이브가 신뢰도 저하로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특정 업무에 집중하면서 금융감독기관 본연의 역할에도 적잖은 공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진위 가려보자" 칼 빼든 금감원…채용비리 조사 장기화 가능성도

금감원은 지난 13일 최성일 전략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약 보름간에 걸쳐 진행될 이번 검사에는 검사총괄반 등 총 3개반이 투입돼 조사에 나설 예정으로, 현재는 일단은 의혹이 제기된 해당 은행과 지주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사대상 역시 논란이 불거진 2013년 당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만일 필요할 경우 그 범위 및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음으로써 추가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최 원장의 이번 사임을 기점으로 금감원이 보다 원칙에 입각한 고강도의 채용비리 조사를 예고하면서 그에 따른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금감원이 진행한 채용비리 전수조사 당시 과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던 하나은행이 이번 최 원장 특혜채용 관여 논란을 통해 별도의 채용 관련 자료를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재는 당장 채용비리 조사를 앞두고 있는 제2금융권 뿐 아니라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던 제1금융권에 대한 추가 전수조사로 확대될지 여부도 관건이다.

채용비리 집중·수장 부재…검사 등 본연 업무 지연 금융권 '악재'

당분간 수장 공석이 불가피한 금감원이 이처럼 검사인력을 집중 투입시켜 채용비리 조사에 대한 총력전에 나서는 사이 각종 금융권 검사 등 본연의 업무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감독당국은 내부쇄신의 일환으로 지난해 임원 전원 교체에 이어 올해에는 국실장의 85%를 교체하고 팀장급 부서를 통폐합하는 역대급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정책 및 인허가에 대한 주요 결정권한을 가진 금감원장의 공백으로 금융업계는 당장 인허가 리스크에 맞닥뜨리게 됐다. 실제로 당장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인가와 SK증권 대주주 변경승인 등 금융당국 인허가를 진행 중이거나 이를 앞둔 증권업계가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고 지배구조에 대한 은행권 현장검사 역시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효율적인 감독·검사체계와 인허가의 신속한 처리체계 구축을 통해 금융권의 업무부담을 덜겠다던 금감원의 올해 업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그에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권에서 감당해야 할 악재가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직원들이 업무 배정을 받은지 고작 한 달에서 두 달 남짓"이라며 "업무 자체가 손에 익지 않은 상황 속에서 논란 속 수장의 부재는 금융권 내 또다른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감독당국 신뢰도 타격…금융개혁에도 '악영향'

금감원이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금융개혁 작업들도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해 사내 변호사 채용비리에 이어 감사원 등에 의한 감독당국 내 채용비리 실태가 연달아 드러나는 등 극악의 상황 속에서 취임한 최 원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내부 인적쇄신과 금융권 전반에 걸친 금융개혁에 공을 들여왔다.

이른바 CEO ‘셀프연임’으로 대변되는 불투명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이 그 첫 단추로 꼽혀왔다. 자율성을 원칙으로 하는 금융사 경영에 당국이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 원장은 지배구조 및 건전성 등에 대한 상시감시팀 편성 및 직원 상주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등 적폐청산에 대한 당국의 기조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감독당국 수장 본인이 이같은 논란 중심에 서면서 금감원의 위상과 신뢰는 더욱 땅에 떨어진 모양새가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최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 역시 공정성 부분 등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며 "앞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점검 당시에도 특정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던 차에 이번 사퇴로 인해 그간의 금융개혁 동력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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