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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영입...죽은 말의 뼈를 사다...


입력 2018.03.10 11:27 수정 2018.03.12 11:51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인물난 허덕이던 한국당 '빈집에 소들어온 격'

지역구 전략공천 적임? 미지수에 입당식 이벤트 구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현진 MBC 전 앵커의 자유한국당 입당이 화제다. 오랜만에 자유한국당에 웃음꽃이 폈다고 한다. 인물난에 허덕이던 한국당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고 ‘빈집에 소 들어 온 격’일 것이다. 좋은 뉴스가 없었던 터라 언론인의 영입은 더욱 의미가 컸을 것이다. 게다고 홍준표 호 자유한국당이 심혈을 기울이는 ‘현정권의 언론장악’ 프레임의 산증인들이다.

‘환영분위기’ 일색만은 아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상대진영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나는 일단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사마골(買死馬骨)'이란 고사가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던 중국 전국시대의 일이다. ‘전국칠웅(戰國七雄)’ 중 하나인 연나라에 소왕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앙숙이던 제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인재가 필요했다. 지혜롭기로 소문난 곽외를 찾아 인재영입의 계책을 물었다. 곽외가 말한 예가 ‘매사마골’이다.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첫째, 천리마를 얻기 위해 죽은 말의 뼈를 큰 돈을 주고 산다. 둘째, 소문나길 기다린다. 셋째, 소문을 들은 천하의 천리마 소유주들이 찾아와 자신의 말을 팔겠다고 줄을 선다.

누가 물었다. 그럼 배현진이 말 뼈다귀라는 말이냐? 아니다. 배 전 앵커는 나름 가치있는 말이니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쓰임새가 마땅치 않다. 국회의원 총선 때 같으면 선대위대변인으로 맞춤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통해서 정계입문이 가능하다. 당이나 본인의 입장에서 위험부담도 덜하다. 지방선거에서는 어중간하다. 단체장으로는 검증이 안됐고, 지방의원으로는 그의 전국적 지명도가 아깝다. 그래서 그런지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이라는 말들이 많다. 송파 을(乙)이 거론되는 것 같다.

그러나 지역구 공천이라면 그리 만만치 않다. 강남3구라고는 하지만, 강남구, 서초구와 송파구는 많은 차이가 있다. 송파는 과거 선거결과가 보여주듯 보수후보가 낙승하는 곳이 아니다. 특정정당에 대한 충성도도 약하고 발품을 팔아야 할 곳도 상대적으로 많다. 승리는 불확실하고 패하면 당 입장에서 충격이 너무 크다. 당사자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을 것이다. 또 선거기간 중 지역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의도했던 이슈화(방송장악)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선거구도를 봐도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송파 을 지역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수유권자층이 나뉠 가능성이 크다. 종편의 ‘아이돌스타’였던 박종진 전 앵커가 이미 바른미래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뛰고 있다. 원래 구여권(현 자유한국당)이 패한 지역이기도 했지만, 여당이 이런 좋은 환경을 그냥 넘길 리 없다. 벌써 대항마로 유명 방송기자출신 후보가 거론된다고 한다.

개인적 특성에 대한 우려도 많다. 아나운서출신으로 7년 동안 메인뉴스 앵커를 했다. 앵커를 하면서 보도국 기자로 직종을 바꾸긴 했지만 현장경험은 전무하다. 꽃길만 걸었고 위만보고 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현장정치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보여 지는 삶과는 달리 국회의원의 현실은 가혹할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장 검증을 거쳐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우아하고 품격있는 삶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회의원이 되고서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흙탕싸움을 마다해서는 안된다. 과연 그녀에게 그런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물난에 허덕이는 한국당 입장에서 모처럼 하루 웃게 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입당식 이벤트가 또 구설에 올랐다. MBC기자가 질문을 하려하니, 홍준표 대표가 “반대 당사자니까”라며 자리를 떴다. 분위기는 일순 소란스러워졌다. 해당기자는 큰소리로 항의하고 대변인은 무마하는 와중에 입당자는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너무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었다.

좀 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배현진 전 앵커의 회사 내 핍박을 부각시키고,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장악’의 실상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배현진 전 앵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함께 영입된 두 남자는 B급이 됐다. 대중성의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길환영 사장은 전 KBS사장으로 충분한 상징성이 있다. 좋은 드라마는 출연자 각각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이 필수다. 그런 면에서도 한국당의 어제 입당행사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매사마골’에서 죽은 말의 뼈만 비싼 값에 샀다면 실패한 장사다. 그 소문이 퍼져 천하의 명마가 몰려와야 성공한 전략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여권은 ‘미투 열풍’에 주춤하고 있다. 이 기회에 야당이 흥행을 일으켜야 불리한 환경에서도 작은 희망을 꿈꿀 수 있다. 한국당에 인재영입이 일회성이 아니려면 홍준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설득하고 독려해야 한다. 배현진, 길환영은 영입하면서, 왜 김장겸 전 MBC사장, 고대영 전 KBS사장 영입에 대한 노력은 안하는가?

여권의 방송장악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다. 그들을 영입하면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한국당 지도부가 대하기 편하고 당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들만 영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돌고 있다.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형편이 아니다.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의 게임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에겐 더 그렇다. 지금 한국당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당 지도부만 모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글/김우석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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