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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어두운 그림자 딛고 부활한 안희정의 ‘추악한 몰락’


입력 2018.03.07 14:25 수정 2018.03.07 15:52        이동우 기자

盧 서거 후 폐족 위기 극복, 민주당 첫 충남도지사 등극

여성인권·미투 강조 그러나 女비서 성폭행 ‘이중생활’

노무현캠프 핵심참모 활약하다 불법자금 수수혐의 구속
盧 서거 후 폐족 위기 극복, 민주당 첫 충남도지사 등극
여성인권과 미투 강조 그러나 女비서 성폭행 ‘이중생활’


지난해 3월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안희정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안희정 캠프 지난해 3월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안희정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안희정 캠프

진보의 상징,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불리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정무비서를 반복적으로 성폭행한 의혹으로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안 전 지사는 관련 폭로에 대해 ‘합의 성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몇시간 후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지사직에서 사퇴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그의 추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1965년생으로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다. 남대전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1983년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안기부에 체포돼 10개월 간 수감된 바 있다. 이듬해인 1989년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측근 김덕룡 의원실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건,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최측근 참모로 활동하면서부터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 또한 탄탄대로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3년 기업들로부터 불법자금 65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의 구속에 대해 “누군가는 노무현의 ‘어두운’ 면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 안희정 같은 사람이 있었으니까 노무현이 대통령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노사모가 노무현의 빛이라면 안희정은 노무현의 그림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04년 12월 10일 출소한 안 전 지사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 정진해서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모든 정권이 출범 당시 국민으로부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매번 좌초된 건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지못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남의 발을 찍어 갈등을 만드는 대신 내 발등을 찍겠다”고 밝혔다.

차기대권 유력주자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6일 오전 충남도청 도지사실이 비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차기대권 유력주자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6일 오전 충남도청 도지사실이 비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날, 그는 봉하마을을 찾아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진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진실을 지켜주지 못했고 모든 수사기관과 언론이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갔다”며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인이 됐다. 대통령의 결백을 믿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폐족(廢族. 조상의 죄로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됨)으로 몰린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생살까지 벗겨내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정치 인생의 벼랑 끝까지 몰린 안 전 지사의 재기는 희박했다. 하지만 2010년 당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를 2.4%포인트 차이로 제치는 기적을 보이며 충남 최초 민주당 출신 도지사 자리에 올랐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그는 충남지사 재직 시절 줄곧 여성 인권을 강조했다. 2013년 여성대회에 참가해 “여성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했다. 성폭행을 포함해 학교폭력·​가정폭력·​부정불량식품 등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근절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정치적 입지를 쌓아가던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시 문재인 후보와 접전을 펼쳤다. 총 누적득표 35만3631표를 받아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에 오른 셈이다.

안 전 지사는 5일 성폭행 폭로가 있던 오전에도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행복한 만남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에서 “최근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성폭행 폭로가 터진 후 다음날 새벽 그는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를 구한다”며 사퇴했다. 그를 믿었던 국민들은 분노했고,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의 SNS 팬클럽은 “그의 철학과 가치는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다”고 선언했다.

이동우 기자 (dwlee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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