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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산망 자동이체 오류" 삼성생명 금감원 제재


입력 2018.03.07 06:00 수정 2018.03.07 14:17        부광우 기자

서버 증설 소홀로 장애 유발…고객·설계사 불편 초래

우여곡절 끝 본격 가동…2000억 몸값 발휘할까 관심

삼성생명이 새로운 전산망 구축 과정에서 불거진 장애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통보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해당 전산망을 오픈하려다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년 간 2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실제 적용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삼성생명의 새 시스템이 이제는 과연 제 몸값을 해낼지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와 관련해 최근 삼성생명에게 경영유의 제재가 내려졌다.

경영유의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결과 경영 상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영진 주의나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 내리는 통보로, 해당 금융사는 6개월 이내에 관련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 내용과 결과를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ERP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산에 무리를 가하는 자료 추출과 보험료 자동이체 220만건을 처리하기 위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 데이터베이스 서버 처리 용량 부족으로 인한 장애를 유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 가입자들은 정상 보험료보다 많은 금액을 영수한 후 차액을 환급받는 불편을 치러야 했다. 또 시스템 불안정으로 접속과 업무 처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보험설계사 등 현장 직원들의 영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삼성생명의 ERP시스템은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11일 오픈한 직후부터 수차례 오류에 몸살을 앓았다. 전달인 9월 29일부터 대부분의 거래와 서비스를 중단하고 ERP시스템 가동 준비에 나섰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이전부터 삼성생명 ERP시스템의 개발과 적용을 둘러싼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우선 오픈 자체도 당초 예상했던 2017년 4월 말보다 반 년 가까이 늦어진 시점에서야 이뤄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실무자가 교체되는 부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소요 비용도 불어났다. 삼성생명은 2015년 2월 말 삼성SDS와 ERP시스템 구축 용역 계약을 맺으며 1561억원을 지불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비용은 1921억으로 23.1%(360억원) 늘었다.

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의 ERP시스템 도입은 처음부터 갑론을박을 불러 일으켰다. 이 시스템이 제조업에 특화된 체계여서다. ERP시스템은 회사 내 영업이나 심사, 회계 등 여러 분야의 경영활동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ERP시스템 운영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는 하지만, 생산·재고물량 관리가 주 업무인 제조업과 달리 계약 생성과 고객관리, 재무성과가 핵심인 금융업에 이를 적용하는 선택이 올바른 것일지를 둘러싸고 의문의 시선이 존재했다.

어찌됐든 본격 시동을 건 시스템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의 시선은 이제 그 결과에 모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을 도입한 삼성생명이나 이를 개발한 삼성SDS 모두 지금까지 ERP시스템 도입이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인 운영이 중요한 보험 산업 특성 상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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