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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5천만 운명 걸고 도박하는 일 없기를


입력 2018.03.05 05:40 수정 2018.03.05 10: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북한 믿고 동맹 파기 무기 내리면 자살행위

설득으로 핵 포기할 상대라면 70년 동안 도발했나



김정은 정권은 반드시 무너진다. 예언가는 아니지만 이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친북좌파’ 또는 ‘주사파’로 불리는 사람들도 이 점에서만은 생각이 다르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자유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자산”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상식의 재확인일 뿐, 아무도 새삼스런 감동으로 귀를 기울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공공연히 이런 선언을 했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이 가능할 수 없는 언급을, 그것도 김일성 대학에서 공개 강연을 통해 한 사람이 있다.

2013년 10월 몽골의 차히야 엘벡도르지 당시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당당히 ‘자유’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폭정,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인민은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이다. 어떤 폭정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구소련의 위성국이었다가 민주국으로 변모한 몽골의 대통령은 경험적 확신을 증언했던 것이지만, 역사 또한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하거니와 김정은은 반드시 망한다.

①우선 1인 지배의 폭정이 70년 넘도록 3대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②35년간의 식민통치 끝에 겨우 회복한 국권을 김일성 집단이 가로챘을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왕조를 구축했다.
③집권한 후 지금까지 김씨 왕조는 대량아사를 포함한 극단적 희생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 왔다.
④폭압적 정권의 불안감을 폭압 수단 강화로 해소하려 한다. 폭력의 상승작용이 이어지는 것이다.
⑤체제의 안정을 위해 무력 증강에 집착하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주민을 쥐어짜거나 외국과 밀거래를 하는 등 무리를 거듭한다.
⑥증강된 무력은 내부적 압제의 수단이자, 외부적 힘 과시의 수단이 된다. 김정은은 사열대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의 무력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착시현상에 사로잡힌다.
⑦김일성‧정일‧정은 3대는 정직했던 적이 없다. 끝없이 거짓말을 하고 또 함으로써 주민과 우리, 그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김정은 체제가 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수십 수백 가지 열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김정은 정권에 형제애와 ‘우정 어린 설득’(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영화 제목을 잠시 빌리자면)으로 다가가면, 남북화해‧평화공존은 물론 연방제 통일까지도 가능하다고 믿는 일단의 정치인 및 학자들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끌거나 학계의 실세들로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나름의 확고한 신조(信條)를 가졌을 것이다. 국가‧세계‧인간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자신들의 사고 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 또는 고집으로 여겨지는 행태가 자주 표출되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주는 느낌도 다르지 않다.

우리 힘으로 광복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역사 인식과 3‧1운동의 의의를 길게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낮출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스스로를 낮춘 국민은 거의 없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어떤
선생님 밑에서 어떤 교과서로 공부했는지 모르겠으나 유감스럽게도 광복은 우리 힘으로 이뤄낸 게 아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군이 일본에 승리한 결과다.

온 겨레가 독립만세를 외치고, 수많은 선열이 국내외에서 국권회복을 위해 투쟁하다 유명을 달리하거나 옥고를 치른 것은 분명하다. ‘수백수천명의 독립군’이 조직을 만들어 일제에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 힘으로 독립을 쟁취했다는 것은 억지다. 남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았으면 우선은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게 순서다. 역사를 전혀 모르는 양 하는 것은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다짐했다.

“저는 이러한 국민들의 역량과 자신감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상해임시정부 성립으로 이미 건국된 것이라는 인식이다. 1948년 이승만의 주도로 세워졌고, 박정희의 지도로 중흥을 이룬 대한민국이 아닌, 자신들의 조국이 따로 있다는 말로 들린다(그런데 그때 임시정부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두각을 드러낸 인물, 한성정부에 이어 상해정부 초대 대통령직에 올랐던 이가 바로 이승만이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정리하려는 것일까). 독립투쟁의 상징‧구심점‧지휘부로서 임시정부를 설립한 것을 국가 건설로 이해하는 인식방법도 있다는 게 놀랍지만 진보좌파 측은 끈질기게 이를 주장한다. 자꾸 우기면 당시에 없었던 국가가 지금에 와서 부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우리의 힘으로 바로 세워야 합니다.”

‘역사바로세우기’는 김영삼 대통령 때 끝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것은 역사관을 바꾸자는 말이겠는데, 대통령이라고 해서 표준 사관(史觀)까지 정할 권리나 권한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방의 역사’라고 규정하더니, 문 대통령은 적어도 자괴의 역사관‧패배의 역사관은 극복한 듯하다. 그건 바람직하다. 그런데 자국 중심의 역사관도 못지않게 위험하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라는 단정은, 우리 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심리의 발로로 짐작된다. 그러니까 이제까지는(김대중‧노무현 시대를 빼고) “나라가 아니었다”는 말을 하자는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말했다.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더할 수 없는 말의 성찬이었지만, 이는 한국 현대사의 전면적 부정이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허황한 약속이다. 이야말로 ‘넬라 판타지아’라고 하겠다.

대통령이 표준 사관(史觀) 정하는가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의 인식도 이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민족 지상주의를 이 땅에 구현해서 민족의 중흥조로 자리매김되고 싶다는 것인가.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고자 하는가. 혹은 그 둘 다 소망하는가.

남의 큰 꿈을 탓할 일은 아니겠지만 핵무장 완성단계에 있는 북한과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해 내겠다는 것은 심한 허풍이거나 저의 있는 책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으로 핵무장을 포기할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국을 가로막으며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른다. 잘만 하면 북한핵 문제 해결의 단초라도 만들어 내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되면 한반도 운전석은 자신의 몫이 된다고 여겨져서?

기어이 평양에 특사를 보내겠다고 한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이끄는 특사단도 이미 꾸려졌다. 이 나라가 휴전선에서 북한과 무력대치를 하고 있는 그 대한민국이 맞는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그러더니 문 대통령 정부도 판박이다. 굳이 정보기관의 수장을 대북 메신저로 삼아야 할 까닭이 뭔가. 북한이 핵무장 완성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신뢰성도 없는 상대와 무엇을 논의하려고 특사단까지 보낸다는 것인가.

올림픽 후에는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다. 패럴림픽까지 끝나면 더 이상 미뤄질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의 훈련 영구 중단 채근은 갈수록 심해진다. 일단 대화의 장을 마련하면 훈련 중단을 미국에 요구할 명분이 된다. 대화를 핑계 삼기로 하면 연합훈련 재개는 기약이 없어진다. 북한이 원하는 동안은 회담을 얼마든지 끌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다가 어느 날 북한이 “할 테면 해봐”라고 말할 시점에 이르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가라! 이제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 민족보다 더 나은 동맹은 없다!”

그렇게 선언이라도 할 생각인가.

북한과, 중국을 믿어 동맹을 파기하고 무기를 내려놓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은 5천여만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운명공동체다. 이 많은 국민의 운명을 걸고 주사위 놀이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진지해져야 한다. 북한과의 민족적 의리를 지키기 위해 동맹과의 의리를 외면한다는 건 가당찮은 정서적 허세일 뿐이다.

일본에 대해 한없는 원망과 원한의 마음을 기념사에서 토로하던데, 수백만 동족의 생명을 죽거나 상하게 하고, 70여 년 동안 위협과 도발을 일삼아 온 민족이란 이름의 불한당들에게는 어떻게 그처럼 살가울 수 있는지 신기하고도 어이없다.

그날 서울역 광장‧시청 앞‧청계천‧광화문 일대에서는 보수 시민들의 ‘태극기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1700만 개의 촛불’이라고 하던데, 그런 셈법으로라면 ‘100만 명’은 좋이 되는 규모였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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