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3.1절...서대문형무소, 구국기도회, 서울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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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8년 06월 22일 13:33:00
    찢어진 3.1절...서대문형무소, 구국기도회, 서울구치소
    <칼럼>임시정부 시절 사분오열 갈려 스스로 독립 쟁취 못했듯
    광화문과 서대문의 태극기로 나뉘어 통합 실종되고 분열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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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03-03 08:55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3.1절 9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19년 ‘3.1운동’은 온 민족이 하나가 된 자발적인 독립만세운동이었건만, 99년이 지난 올해의 3.1절은 제각각으로 분열된 행사를 치루고 있었다.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어야 할 기념일에 국민분열만 부각되고 있었다.

    #1. 서대문형무소

    문재인대통령 첫 ‘3.1절 기념식’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문대통령은 ‘박제화’된 기념식보다 현장감있는 기념식이 되도록 기획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 기념사에는 서대문형무소에 대한 설명을 포함했다. 일제하에서 매년 2600명, 식민지 기간 중 10만명 이상이 투옥되었고, 그중 9할은 독립운동가였다고 했다. 숙연해지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행사를 야외에서 하기에 날은 추웠고, 기념사 메시지는 알맹이가 없었다. 대통령의 메시지에 ‘북핵위기 대응책’과 ‘국민통합방안’이 안보였다. 초청받은 독립유공장 후예들은 꽃샘추위를 감래하며 내용없는 연설을 들어야 했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던가? 해방은 됐지만, 제대로 된 통일국가를 못 이룬 우리의 부끄러움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 같았다.

    귀에 박히는 내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특히 ‘건국절’을 강조했다. 논란에 대해 쐐기를 박으려는 듯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임시정부의 수립일이 ‘건국절’이라는 주장이다. 왜 거기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권이 말로써 쐐기를 박는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대통령 본인이 건국 100주년 기념식을 주재하는 상징적인 대통령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 나름 욕심을 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후, 누가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시 건국 100주는 기념식 행사를 거행할 수도 있다. 그때도 ‘역사를 바로 잡는다’는 논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오히려 북한정권 정통성 인정여부로 논란이 증폭되고 이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면 건국의 의미를 폄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야당은 ‘건국절이 없는 나라도 많다’며 훈수를 두었다. 빠져나갈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오래된 나라일수록 건국절을 특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개천절을 기념한다. 대한민국 건국절은 그래서 큰 의미가 없다. 정부수립일을 기념하면 되는 일이다.

    #2. 광화문, 종로 구국기도회

    3. 1절을 기리기 위한 현장이라면, 많은 사람이 일단 종로의 탑골공원을 생각할 것이다. 3. 1만세운동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이 아니라 서대문형무소를 기념식장으로 삼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종로구청장(후보)보다 서대문구청장(후보)이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선 전 문재인 대선후보의 사저도 서대문구에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일정은 여당후보들에게 쟁탈전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집권 초 지지도 고공행진을 달리는 대통령은 선거를 나서는 여당후보에게 당연히 모시고 싶은 매력적인 분임에 틀림없다.

    기념식이 서대문구에서 열리는 동안 3. 1운동이 시작된 종로와 광화문에는 구국기도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렸다. 언론에는 보도가 잘 되지 않았지만, 참여한 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수십만은 되어 보였다.

    3. 1운동은 민족대표에 의해 시작되기는 했지만, 일반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인원과 그렇게 오랜 기간 한반도 전력에서 만세운동이 지속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자발적인 운동이라도 확산과 지속을 위해서는 거점과 신경망은 꼭 필요하다. 학교와 교회가 그 역할을 수행했다. 그 학교 중 상당수가 기독교계 미션스쿨이었다. 결국 3.1운동을 한국기독교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만세운동을 주도하며 기독교는 한국에서 토착화되었다. 서양선교사들은 일제에 비교적 자유로웠고, 그들의 보호와 비호하에 만세운동은 지속될 수 있었다. 한국기독교는 독립운동을 통해 우리민족과 하나가 됐다. 요즘도 기독교 교회는 3.1절을 기리는 기념예배를 드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민족대표 33인 중 절반에 육박하는 인원이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이 특이하지도 않다.

    3.1운동을 기념해 한국기독교는 매년 구국기도회를 연다. 올해도 변함없이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번 구국기도회는 특별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무기력한 현 정부에 대한 경계와 경고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는 일제에 맞서 토착화되었고, 북한 공산주의의 핍박에 항거하며 성장했다.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설 수 밖에 없다. 한국기독교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이번 구국기도회에 담긴 또 하나 중요한 의미는 건전보수의 재건이었다. 양날개론은 차치하고, 보수가 없는 안정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현재 보수가 없다. 3.1운동 후 독립운동에서 민족주의 진영이 분열되고 지리멸렬해 진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사이비 보수로 인해 보수가 종적을 감췄다. 이번 구국기도회는 기독교가 주축이 되어 보수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 결과는 최대인파가 모인 태극기 집회였다.

    서대문형무소 공식 기념식 행사가 끝나고 대통령을 비롯한 귀빈들이 독립문까지 행진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손에는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광화문과 서대문의 태극기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 태극기를 지킬 수 없고, 나라를 지킬 수도 없다.

    #3. 서울구치소

    서대문과 종로에서 다른 성격의 기념행사가 열리는 동안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이 서울구치소를 찾았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삯바느질하며 독립운동가의 옥바라지 하는 아녀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문대통령의 연설내용이다. 항상 형무소 앞은 붐볐을 것이다. 요즘은 서울구치소에서 웬만한 지위의 수형자는 대접도 못 받는다고 한다. 전직대통령과 장관들, 권력 실세들이 넘쳐난다. 조각을 하고 국무회의를 할 수도 있는 정도란다. 대충 국회의원 배지달고 대충 큰소리 칠 수 없는 곳이 됐다. 당연히 구치소 앞도 붐빈다. 구치소 앞 해장국집은 맛집 대우를 받으며 언제나 문전성시란다. 지금 야당쪽 인사들은 그곳을 모르면 제대로 행세도 못한다. 검찰의 막무가내 수사에 겁먹은 야당 국회의원들은 그곳에 모여 세월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 기념사에서 ‘국민통합’이 없는 것은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계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위협(북핵)을 대응하기 위해서 국민통합은 필수다. 정치권이 적폐라고 싸우면 민심은 하나가 될 수 없다. 한쪽을 전멸시키고자 한다면, 그 반발도 거세질 것이고 ‘복수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구한말 정부는 갈라지고, 신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일제가 들어왔다. 조선은 패망하고 일제식민지가 되었다. 3.1운동으로 국민이 들고 일어났지만, 당시 임시정부 등 민족지도부는 민족진영, 사회주의 진영으로 나뉘고 이해관계로 사분오열되어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다. 임시정부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만, 통합을 못해 국권을 갖은 정식 정부를 세우지 못했다. 그 여파로 해방 후 남북이 갈라졌다. 지금의 ‘북핵위기’도 그 결과다. 이제 정치가 과거와 다른 해법, 다른 접근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역사의 악순환’은 앞으로도 거듭 반복될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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