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예술계 이어지는 '미투' 방종한 권력의 문제


입력 2018.02.27 04:48 수정 2018.02.27 15:17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덩의 세상읽기>권력에 견제 장치 사라지면 방종이 뒤따를 수 밖에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문화계에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성폭력 범죄를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문화계에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어떤 바닥이든 시장이 작으면 그 내부에 ‘파쇼’가 존재한다. 이번 이윤택 파문 역시 그렇다. 연극판에서 이 양반에게 한 번 찍히면 활동 공간이 사라지니 그간 다수의 약자들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뚜쟁이 역할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문학이나 예술 시장은 지극히 협소하다. 시장 규모를 따지기조차 민망하다. 시장이 작으면 권력의 교체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기에 그런 곳에선 ‘선생님’들이 군림하고 이른바 ‘교주’가 생겨난다.

예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들은 얘기가 기억난다. 연극판 출신으로 영화계에 들어와 성공한 어느 배우의 고생했던 시절 얘기였다. 가난한 연극배우들이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후배가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숟가락이 자주 간다며 한 방 얻어맞았다는 얘기였다.

연극판의 현실이 대번에 짐작이 갔다. 저런 곳이라면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얼마나 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이윤택 사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살로 생을 마친 장자연이 생각났다. 저승이란 게 있다면 필경 원혼(冤魂)을 품은 채 지금도 명계를 떠돌고 있지 않겠나.

이윤택 연출가는 나 호호당의 고등학교 2년 선배이다.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고 다만 예전에 동창회 자리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눈빛에서 뜨거운 열정 같은 것이 느껴져서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연극 한다 카더라, 그래도 그 바닥에선 레전드라고 하던데"라는 답변을 들었다.

흔히 어떤 방면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레전드’라고 부른다. 이윤택 씨 역시 레전드였던 것이다. 시장은 작고 그 안에서 레전드가 되면 사실상 교주가 되는 것이고, 교주는 으레 그 바닥에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다. 무소불위가 되면 사고치는 것은 거의 필연이다.

궁금해서 생년월일을 확인해보았다. 1952년 7월 9일로 되어있다. 그 무렵 부산이나 경남 출생이면 음력 생일이라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양력으론 8월 29일이 되고 임진(壬辰)년 무신(戊申)월 정미(丁未)일이다.

처서를 막 지난 때이니 여전히 습열(濕熱)이 많은 때라 성격 또한 그럴 것이다. 습열은 그야말로 에너지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기질을 타고 났다고 봐야 한다. 특히 무신(戊申)월의 무토(戊土)는 정화(丁火) 일주에게 상관(傷官)이 되니 강렬한 추진력의 소유자라 하겠다. 게다가 무토 상관이 임수 정관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강한 추진력으로 자신의 방면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잘 나갈 땐 강한 추진력이 장점이지만 운이 기울면 한 방에 몰락하는 유형이다.

이윤택 연출가의 경우 작년 2017 정유(丁酉)년이 60년 운세 순환에 있어 입춘 바닥이었다. 따라서 바닥 운에 일이 생긴 것이다.

사건이 터진 것은 이번 달이니 갑인(甲寅)월이다. 작년 9월이 정유(丁酉)월이었으니 이번 달 갑인(甲寅)월은 소위 망신(亡身)하는 달이다. 특히 이번 주 화요일 임오(壬午)일엔 피해 여성의 낙태에 대한 보도까지 있으면서 결정타가 되었다. 임오일 역시 명예가 무너지는 날이었다.

그 이후 연일 새로운 사실이 들어나면서 맹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덕분에 고은 시인의 건은 다소 가려지는 형국이다.

고은 시인에 대해서도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주변을 통해 고은 시인의 나쁜 버릇에 대해선 익히 들어온 바 있지만 이건 내 개인의 일화이다.

예전에 친한 스님과 함께 기차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앞자리에 고은 시인이 타고 있었다. 나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했는데 내 옆의 스님은 그 양반이 고은 시인이란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전혀 무심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조금 뒤 고은 시인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헛기침과 함께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으나 조금 생각해보니 나름 국민 시인인 자신을 몰라본다는 사실에 기분이 언짢아 진 것 같았다.

산에서 수행하는 스님이라 몰라볼 수도 있는 것을 가지고 불쾌해질 정도라면 거 참 성격도 쯧쯧 하고 혀를 찼던 기억이다. 너무 자의식이 강한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꽤나 부담을 주겠구나 싶었다.

흔히 예술 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때 ‘예술가의 일탈’이란 표현을 쓴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렇다는 식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이란 꽤나 고루한 상업적인 멘트란 점이다. 방종(放縱)을 영혼의 자유란 말로 호도할 순 없기 때문이다.

가령 가난한 예술가가 돈 벌이를 못한다고 하면 무능하거나 자유로운 영혼이라서가 아니라 예술시장이 협소해서 그런 것이고, 시장이 협소한 곳에서 권력자가 되어 저지르는 각종 일탈과 방종을 그런 말로 ‘카버’칠 순 없다고 여긴다.

시장이 커지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게 된다. 강한 자가 도처에 생겨나서 견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나 호호당은 그림 그리기를 무척이나 즐긴다. 태어난 날이 정화(丁火)이고 여름 생이다 보니 예술적 소질과 정열을 타고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림 쪽으로 진학해볼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선친의 만류로 그만 두었다.

그냥 즐기라고, 그곳은 너무 좁아, 뭐든 큰 바닥으로 가야지 상식이 통한다는 거 잊지 마. 우리나라의 미술 바닥은 너무 협소해서 성공하기도 어렵고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모르는 어떤 폭력이 설치거든, 다음에 너도 세상 겪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담배를 피워 문 선친이 자상하게 타이르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살아오면서 아쉬움도 컸지만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편안해졌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즐긴다. 내 흥에 노는 즐거운 놀이로서의 그림이 되었다.

최근 적폐청산의 대상 중에 채용비리 건이 있다. 하지만 신발 신은 채로 발바닥을 긁는 느낌이다. 청탁한 사람에 대해선 말이 없고 청탁받은 자들만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부정하고 부당한 거래라 하면 거래 쌍방을 수사 대상으로 해야지, 이럴 바엔 차라리 하지를 말지. 인사 청탁 비리는 우리 사회에 정말이지 태산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다. 태산을 치울 일이 그저 요원하다.

최근 성추행 또 성폭행으로 인해 온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때론 지나치다 싶은 감도 없진 않지만 그건 그저 내 개인적인 생각인 것이고, 어쨌거나 시끌벅적하다는 것은 한 사회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만 자체적인 내부의 동력이 아니라 미국에서 불어온 바람이 곧바로 우리 사회의 한 표준이 된다는 것이 좀 그렇다.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번 ‘미투’ 운동처럼 미국 바람이 되어야만 힘을 갖는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간의 문제들이 드러나고 교정된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이번 사건 역시 결국은 권력의 문제로 귀착이 된다. 정당한 권력만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옳고 그른 권력들이 존재한다. 권력을 얻은 자가 적절한 견제장치가 사라지면 결국 방종으로 간다는 것, 이는 역사의 필연이다.

끊임없이 권력을 갈아치우고 뒤엎게 해주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역시 좋긴 하다. 조금 불편한 구석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